세월호 참사가 있던 4월16일 오전 8시52분 단원고 2학년 최모군은 119에 '살려주세요'라고 신고했고 이후 30여분 동안 119에는 긴박하게 배의 침몰 사실을 알리는 신고가 있었다. 당시 승객들이 전화해야 할 곳은 해양긴급신고 전화 122였지만 이 번호로는 단 한 명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122를 알고있던 승선자는 없었던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효율적인 긴급 신고전화 체제를 통폐합해 제대로 운영하자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주요 긴급전화는 모두 13개지만 화재구조 재난 및 응급의료 신고 119와 범죄신고 112를 제외하면 익숙한 번호는 드물다. 간첩신고(111·국가정보원, 113·경찰청), 학교폭력신고(117), 사이버테러(118·한국인터넷진흥원), 해양사고(122·해양경찰청), 밀수신고(125·관세청), 마약사범(127·검찰) 등 대부분 국민이 모르는 번호다.

안전행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긴급신고 통합방안 연구용역'을 공고했고 결론도출 이후 세부시행 계획과 예산이 필요한 만큼 2016년에나 시행될 것이라고 한다. 물론 통합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고전화 13개의 운영주체가 다르고 부처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에게 자신들이 처한 긴박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적절한 전화로 신고토록 강요하는 것은 정부 중심의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위기에 처한 신고자를 적재적소로 연결시켜 주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각 부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국민이 익숙한 긴급번호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신속하게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김창연 (평택경찰서 청북파출소 경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