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

■위험한 여행┃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32쪽. 1만1천원.

기이한 세상으로의 여행
동화작가 얀손 글·그림


고양이 '야옹이'와 함께 지내는 소녀 수산나는 한가롭고 평화로운 하루하루가 따분하기만 하다.

"세상이 딱 정반대로 되면 난 웃기만 할 텐데!" 수산의 말 한마디에 지루했던 일상은 눈 깜짝할 사이 사라지고 빨간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 뱀이 꿈틀거리는 어두컴컴한 늪지 등 기이한 세상이 펼쳐진다.

'무민' 시리즈로 유명한 핀란드의 대표 동화 작가 토베 얀손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그림책이다.

1977년 스웨덴에서 발표된 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감성과 상상력을 넓혀준다. 하마와 사람을 조금씩 닮은 것 같은 동글동글한 무민 가족 등 정겨운 캐릭터도 만날 수 있다.

▶ 인문

■모든 것은 소비다 ┃ 볼프강 울리히 지음. 김정근, 조이한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264쪽. 1만6천원.

필요성보다 이미지에 구매
'소비 미학·비판' 아우르다


어떤 물건이 필요치 않은데도 그 상품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구매하고 만 사례는 이제 쇼핑광에게 국한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상품은 이제 예술작품이 사람들에게 주는 효과 비슷한 아우라를 배경으로 한 채 소비자들에게 다가간다.

독일의 예술사학자 볼프강 울리히는 소비를 부정적 현상으로 보는 전통적 이론에 맞서면서도 소비문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견지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낯선 나라에서 슈퍼마켓을 방문하는 것이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보다 그 나라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관광객에게 알려준다"며 소비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몰스킨' 수첩처럼, 때로 소비되는 제품은 소비자의 개인적 꿈과 희망을 투영하기도 한다. 이 같은 생산자의 전략 다양화에 따라 소비자는 자신의 자율성을 확보할 여지를 갖게 되지만, 생산과 소비의 큰 그물망 속에 더욱 견고하게 사로잡힌다는 점에서 암울한 미래의 전조일 수도 있다.

▶ 에세이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 김종관 지음. 달 펴냄. 280쪽. 1만3천500원.

한편의 옴니버스 영화같은
'사랑에 관한 짧은 산문들'

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과 장편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 등의 작품을 연출한 김종관 감독의 두번째 산문집이다.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서른두편과 그 이야기에 덧붙인 작가의 자기고백적 단상들이 담겨있다. 평소 세밀하고 정교한 감성을 연출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그의 글은 영화와 닮아 있다.

그는 흘러가는 시간의 서사 속에 한 장면을 포착해 '보고'있는 것처럼 섬세하게 묘사했다. 그래서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그 이후에 이어질 다음 장면이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세상이 무너질 듯 간절했다가 또 어느샌가 세상에 더없이 시시하고 시큰둥해지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모든 순간이, 우리가 사랑에 관해 할 수 있는 모든 상상의 최대치가 들어 있다. 어찌보면, 그대로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