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9시 등교 전면 시행을 강행하면서 일부 고등학교들이 도교육청의 지침과 학부모들의 반발 사이에서 고민하다 '자율학습' 등을 빙자해 기존 등교시간을 유지하는 편법(?)까지 마련하는 등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

28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9시 등교를 결정한 도내 학교는 전체 2천25개교 중 1천807개교(83.9%)로 조사됐다. 이 중 초교는 1천195개교 중 1천25개교(87.3%)가, 중학교는 604개교 중 505개교(86.3%)가 9시 등교를 결정했으며, 고교는 451개교 중 277개교(64.9%)로 상대적으로 참여율이 적었다.

도교육청은 앞으로 참여학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9월 1일 전면 시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전체 참여율이 83.9%로 높게 나온 데 대해 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9시 등교 전면 시행'에 따른 지침을 내려보낸 데다 조사를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참여를 독려(?)하면서 등떠밀리듯 서둘러 9시 등교를 결정한 학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9시 등교를 결정하지 않은 학교 대부분은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도내 A고등학교의 경우 '9시 등교'를 결정하기 위해 학부모 수요조사 등을 하는 과정에서 학교운영위원회를 비롯 학부모들의 반발로 기존 등교시간을 유지한 채 수업만 9시 이후에 진행하는 '고육지책'으로 타협(?)안을 만드는 등 상당수 고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교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수능이 코앞인데 수능 시간(8시 10분 입실)에 맞춰 일찍 일어나 공부하고, 일찍 자는 것이 맞지 굳이 등교시간을 바꿔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아이의 학교에서 9시 등교를 결정하면 다른 학부모들과 매일 학교에 찾아가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정 교육감은 이날 도교육연구원에서 열린 교육장과 교장을 포함한 관리직·전문직 교원 발령장 수여식에서 "고3 학생들도 예외없이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반해 보수성향 학부모단체인 공교육살리기 학부모연합은 이날 오전 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시 등교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김대현·윤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