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하이닉스 매각 방침이 전해진 이후 연일 반대 집회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경기동부지역 주민들은 애간장이 탄다. 특히 '지역경제의 절반'을 하이닉스에 의존하고 있는 이천의 경우 노조측은 물론 일반 시민까지 합세해 '결사투쟁'을 외칠 만큼 절박하기만 하다.
시민들은 미국의 마이크론사가 하이닉스를 인수하면 고용보장이 제대로 안돼 1만3천여 종업원 중 절반이상인 7천여명의 인원이 줄어들 것이며 급여도 절반 이상 깎이게 돼 이천 지역경제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이닉스 매각 소문이 나돈 이후 이미 음식점과 의류점 등 각 상가의 매출은 평소의 3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하이닉스와 직접적으로 운명을 같이해야 하는 협력업체 역시 이천 장호원을 비롯, 여주와 광주 등 동부지역에만 400여개에 달하고 그 종업원은 1만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시민들의 걱정은 하이닉스를 사들이려는 마이크론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종업원은 물론, 하이닉스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협력업체, 도·소매업체에 큰 타격을 주게되고 결과적으로 지역경제가 뿌리째 흔들린다는 데 있다.
26일 오후 이천 공설운동장에서 시민과 노조 등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하이닉스 매각 반대 집회에서는 이같은 시민들의 우려와 분노가 한꺼번에 표출됐다.
유승우 이천시장은 “정부가 지역경제는 아랑곳없이 매각을 결정했다”며 “시민들과 함께 정부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정상영 하이닉스 노조위원장은 “그동안 회사 분사매각, 구조조정, 임금동결은 물론 노조원들의 각종 복지제도까지 포기하면서 독자생존의 토대를 마련해 왔다”면서 “정부의 굴욕적인 매각방침이 철회될 때 까지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김영철 의장도 “한국노총 산하 이천지역 37개 회원사 노동자들은 시민들과 연대해 경술국치에 버금가는 정부의 굴욕적 양해각서 체결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노조와 시민, 시청, 의회 등이 생존권을 걸고 연대투쟁을 결의하는 등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천시민의 표정도 그만큼 어둡다. <이천>이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