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간 제비가 박씨를 물고 돌아온다는 춘삼월, 양주군에도 봄만 되면 박씨를 물어 오는 제비족(?)이 있다.

양주군청 서무통계담당 윤석배(47)씨는 군청 휴게실에 버려진 종이컵을 백석읍 방성리 집앞 텃밭으로 가져가 컵마다 제각각의 박씨를 파종한다.

그의 텃밭에는 이렇게 심어진 박씨 5천개가 종이컵에 파란 물을 들이듯 새싹 잔치를 벌이고 있다.

박에 관한한 남다른 애착을 지닌 그의 텃밭에는 주먹 크기만한 조롱박부터 직경이 40㎝가 넘는 대박, 긴조롱박, 수세미를 닮은 긴박 등 6~7종의 박들이 종자별로 구분돼 자라고 있다.

조롱박은 회천읍 봉양리 장모님으로부터 종자를 얻었고 대박은 8년전 광적면 효촌리 이장에게 큰 토끼 4마리를 주고 구했으며 박의 색이 푸르다는 청박은 광적면 식당 마당에 자라는 걸 보고 밥을 대먹으며 조른 끝에 가까스로 얻었다.

그의 집은 공무원집 분위기 보다는 농사꾼의 냄새가 더 짙다.
호미, 괭이, 삽 등 농기구들이 마당에 즐비하고 화장기없는 그의 아내는 텃밭에서 막 수확한 부추를 다듬는다.

텃밭 외에도 그의 집 한모퉁이 동물농장에는 개, 오리, 닭이 시도때도 없이 울어대 고향의 정취를 물씬 자아낸다.

윤씨가 박을 키우고 가축을 기르는 데는 돈을 벌자기 보다는 땅을 놀려선 안된다는 농촌발상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키운 박씨를 양주군민에게 나눠줘 양주고을 지붕마다 풍성한 박이 주렁주렁 열리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5천개의 박씨 모종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양주군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박 모종을 나눠 주겠다는 윤씨의 글이 뜨자 이를 본 네티즌들의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아파트 주민은 베란다에, 학교 선생님은 교실 창에, 식당은 식당대로 지붕에 박 넝쿨을 올리기위해 신청을 했고 서울의 한 고등학교 선생님은 학교 식물원에 심겠다고 인터넷 주문을 했다.

윤씨는 종이컵 박 모종이 제 모습을 보이는 내달 10일쯤 인터넷 접수순에 따라 모종을 분양해 줄 계획이다.

올 가을 양주고을 지붕마다 누런 박이 주렁주렁 열려가는 모습을 볼수 있길 기대하는 그는 더도 덜도 말고 박만큼만 사람들의 마음도 풍성해 지길 바랐다. 박모종 분양과 관련한 문의는 031-820-2111, 2117로 하면 된다. <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