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부정적 평가 높고
대화와 협상 단절시켜
세월호 희생자들의
원혼 달랠 수있는 방법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간디처럼 무자비한 폭압에 대한 비폭력적 의미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같이 국가적인 대의(大義)와 상관없이 개인·집단의 요구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의 단식도 있다. 이라크 파병 반대(2003년·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거부항의 (2003년·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천성산 KTX 터널 공사반대 (2003년·지율 스님), 세계무역기구(WTO) 쌀 협상 반대 (2005년·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반대(2007년·열린우리당 김근태·천정배 의원),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2007년·민노당 현애자 의원) 등과 그 밖의 여러 정치적 이슈에 대해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며 단식했다. 그런데 원래 단식투쟁은 감옥에 갇힌 수감자들이 신체의 자유가 억압된 상태에서 자신들의 생존을 인질삼아 권력에 저항하는 필사적인 수단이다. 이 과정에서 수감자들은 권력의 비인도적 행위를 고발하고 권력의 비윤리성을 드러내기 위해 단식투쟁을 했다. 실제로 75세 간디의 옥중단식은 인도를 지배하던 영국 정부의 도덕성에 결정타를 날렸다. 그렇다면 최근에 논란이 되는 김영오씨와 문재인 의원의 단식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된 모든 자유가 억압됐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단식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과거에는 정치적 이벤트성 단식이라고 의심돼도 개인이 목숨을 걸고 의지를 표현하는 수단이라 여겨 단식의 타당성을 묻는 여론조사를 감히 하지 못했다. 그런데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김영오씨와 문재인 의원의 단식에 대해서는 세월호 특별법으로 사회 전체가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단식이 대화와 타협을 단절시킨다는 논란이 커지자 여러 기관에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 그 중 하나를 살펴보면,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장외투쟁을 포함한 강경투쟁을 나서기로 한 것'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64.5%, '세월호특별법 문제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 등 일부 야당 인사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69.6%였음이 확인된다. 또한 야당이 세월호특별법 협상 및 재협상을 파기하고 릴레이 단식과 장외투쟁을 시작한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은 28.2%에서 22.5%로 5.7%포인트 하락했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국민이 더 이상 단식투쟁을 문제해결을 위해 연약한 개인의 의지를 비폭력적으로 표현한 방식으로 여기지 않음을 뜻한다. 이는 단식투쟁이 특정 집단의 특정 목적달성을 위해 사용되는 보편적 방식으로 인식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 못지않게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난 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려 보면 대화와 협상을 단절시키는 단식과 장외투쟁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물론 관련 유가족들도 단식으로 단절된 대화와 타협을 복구해 세월호 침몰로 파악된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하루 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