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부평구 제일 고등학교를 위를 지나고 있는 함봉산 송전탑.

주거지 인근에 송전탑 위치

인체 유해성 논란 불구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아

지중화도 예산탓 만만찮아

환경단체 "한전 해결 나서야"

인천지역에는 5곳의 대형 발전소가 위치해 있다. 이곳 발전소에서는 1천300만㎾의 전력을 생산해 수도권에 공급하고 있다. 이는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의 42%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때문에 인천에는 이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송전탑이 수백 곳에 건설돼 있다. 문제는 주택가로부터 일정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곳에 송전탑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송전탑은 주로 수도권의 핵심 녹지축인 한남정맥의 산줄기를 따라 설치돼 있다는 것이다.

송전탑 설치 과정에서 만들어진 진입도로 건설로 산림은 훼손됐고, 이를 복구하지 않은채 방치한 곳이 많아지면서 토사 유실 등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이와 함께 한남정맥 능선을 따라 건설된 송전탑들이 학교와 주거단지로부터 얼마 떨어져있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9일 오전 10시.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에 위치한 함봉산에서 한남정맥의 5번째 답사를 시작했다. 함봉산은 3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매우 낮은 산이다. 하지만 높지않은 이 산 곳곳에는 송전탑이 놓아져 있다.

이날 함봉산 정상에 올라보니 송전탑 5개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이 송전탑들은 신인천복합화력에서 생산된 전기들을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함봉산 정상에서부터 가까운 곳에 위치한 십정산, 만월산까지 송전탑은 위치해 있었다.

지난해 산림청에서 조사한 한남정맥의 송전탑 개수는 모두 77개다. 금북정맥(경기도 안성시 칠장산에서 태안반도 안흥진까지 지나는 산줄기)에 47개의 송전탑이 있는 것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가 있는 것이다. 특히, 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인천 구간은 1.7㎞당 1기의 송전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송전탑이 주택가와 떨어진 산에 있을 수밖에 없지만 송전탑 설치 이후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줘야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 수 있다"며 "당장은 예산상의 문제때문에 어렵겠지만 지중화 등 필요한 조치가 실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낮은 산에 송전탑을 설치하다보니 송전탑을 연결하는 고압선은 아파트 옥상에서 긴 막대기를 뻗으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지나고 있다. 고압선이 흐르는 곳 밑에는 백운초등학교, 제일고등학교, 부평서중학교, 부평서여중학교 등이 위치해 있어 학생들의 건강에 좋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게 환경단체의 목소리다.

인천녹색연합 박주희 간사는 "아직도 송전탑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조사되지 않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고압선 주변에 강한 자기장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한전에서는 하루빨리 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송전탑으로 인한 갈등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이 일대는 송전탑 이설 문제로 갈등이 심각했던 지역이다. 연립주택의 재건축이 논의되면서 고압선때문에 아파트 건축 높이의 제한을 받아 송전탑 이설이 진행됐고, 이로 인해 연립주택 주민들과 이설 예정지 주민들이 갈등을 빚었다. 결국, 송전탑을 이설해 지중화하는 방향으로 양측의 갈등은 정리됐다.

그러나 송전탑만 이설된 채 지중화 공사는 설계실시 용역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한전에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400억원에 달하는 지중화 공사비용 투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도 송전탑을 이어주는 고압선은 주택가와 아파트, 학교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다.

당시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던 한 주민은 "송전탑 문제는 과거 개발독재때의 정책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발생되는 문제"라며 "십정동 송전탑의 경우 백운초등학교와 거리가 160m에 불과하지만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학교 위를 지나는 송전선로를 보면 '우리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시와 한전에서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