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 엄청난 인파 '인기 실감'
너무 착한 배역 연기하며 힐링
친아버지 찾은 신 가장 인상적


"너무 행복하고 황홀해요. 이 기분 뭐라 표현할 수 없고 말로 다 못해요. 보리를 만나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엄청나게 힐링이 되고 있어요."

오연서(27)는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살짝 붉혔다.

왜 아니겠나. 연기를 하면서 자신이 타이틀 롤을 맡은 드라마가 대박을 치는 경험은 결코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 '장안의 화제'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MBC TV 주말극 '왔다! 장보리'가 그렇고, 그 주인공 보리가 그렇다. 시청률이 35%(TNmS 수도권)를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시청률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악녀가 등장하는 '막장'이지만 그 악녀를 온몸으로 막아서는 선하고 건강한 보리 덕에 전반적으로 밝은 기운을 뿜어낸다.

보리가 키워온 비단이가 사실은 연민정(이유리 분)의 딸임이 드러나는 최고의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고 있는 '왔다! 장보리'는 이제 종영까지 한 달 남았다.


-드라마 인기를 실감하나.

▲얼마 전 명동에서 촬영을 했는데 겁이 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이런 게 시청률 35%의 위엄이구나 싶었다. 촬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리고 적극적으로 반응을 해주셨다. 다들 다가오셔서 재미있게 잘 보고 있다고 반갑게 말씀해주셨다. 솔직히 전작('메디컬 탑팀')을 할 때는 극 중 '숏컷'을 하고 나오는데도 (시청률이 낮아서인지) "왜 머리카락을 잘랐어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딜 가든 다들 "보리보리 왔냐"라며 반가워해 주신다.

-막장드라마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속상하다. 실제 현실에서는 얼마나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연민정의 악행 때문에 막장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인데 그 역시 사람 사는 일 중 하나 아니겠나. 세상에는 착한 사람도 있고 못된 사람도 있다. 또 인생에는 단맛과 쓴맛이 다있지 않나. 우리 드라마는 그 모든 게 잘 버무려진 가족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악녀 연민정에게도 아픔과 슬픔이 있을 것이다. 그게 다 사람 사는 얘기다.

-보리는 비현실적으로 착한 거 아닌가.

▲나도 연기하면서 '이렇게 착할 수 있을까'싶은 대목이 많다. 보리는 천사이거나 좀 모자란 아이가 아닐까 싶다.(웃음) 실제 나 같으면 벌써 연민정의 머리끄덩이를 잡았을 것이다. 하하. 하지만 보리는 항상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다. 벌써 모든 것을 까발릴 수도 있었지만 그로 인해 남들이 다칠까 봐 주저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지금 답답해하고 있지만 보리는 비단이가 다칠까 봐 비단이의 생모가 누구인지를 차마 못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런 보리를 연기하면서 나 자신도 좀 성숙해진 것 같고 힐링도 되는 느낌이다.

-초반에는 코미디가 많았지만 후반 들어서는 눈물 연기가 이어졌다.

▲이렇게 많이 울어본 적이 없다. 힘들었다. 눈물 연기를 잘 못하는데 요즘 정말 매회 운 것 같다. 웃는 신이 한 장면도 없는 회도 있었다. 대본 자체가 너무 슬퍼서 절로 감정이 잡혔다. 장흥 시절은 잠을 거의 못 잘 정도로 강행군이었지만 코믹한 부분이라 행복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도 울어서 에너지가 방전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해서 좋은 장면도 건진 것 같아 기쁘다. 보리가 유전자 검사를 한 후 아빠(안내상)와 부둥켜안고 우는 신이 내겐 가장 인상적이었다.

-후반으로 가면서 지칠 법도 한데 얼굴이 점점 더 예뻐진다는 평이 많았다.

▲극 중 보리 엄마로 나오는 황영희 선배님이 "너 요즘 눈이 진짜 맑아졌다. 선해졌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보리의 선하고 건강한 기운을 받아 내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는데 그게 얼굴에도 드러난 것 같다. 또 살도 많이 빠졌다. 극 초반 뽀글머리 천방지축 장흥시절 연기를 하면서 분량이 너무 많아서 살이 정말 쭉쭉 빠졌고 대사 치는 게 힘이 들어 성대 결절까지 왔다. 우리 드라마가 말로 풀어가는 게 많아서 대사가 정말 많다. 촬영은 했는데 분량이 넘쳐서 편집돼버린 부분도 많다. 살이 빠지면서 선이 살아난 면도 있다. 무엇보다 시청자의 사랑이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오연서는 "대본보다 연기를 못 한 것 같아서 속상한 적도 많았고 항상 부족한 것 같았다. 다른 연기자들이 다 너무 훌륭해서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면서"시청자의 사랑에 감사드린다. 그 기운을 받아 끝까지 힘내서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