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소방관이 된지도 넉달이 조금 넘었다.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매일 긴장속에서 살아간다.

오늘도 바쁜 하루속에 온몸이 노곤함을 느낀다. 벌써 새벽 한시가 넘었다. 하지만 언제 무슨 출동 지령이 떨어질지 모르는 나로서는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방금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들어왔는데 또 다시 들려오는 구급출동 명령…. 아직 새내기 소방관인 나로서는 새벽출동은 왠지 더욱 긴장이 되곤 한다. 현장에 다 도착했을 무렵 골목길 앞에서 나를 기다리시는 할머니 한 분. 나를 보자마자 미안해서 어떡하냐고 하시는 할머니…. 알고보니 긴급상황에 대비해 무선페이징 시스템이 설치된 최명흥(70) 할아버지 댁이었다.

할아버지는 20년전 중풍으로 몸 좌측에 마비가 있고 심장병과 당뇨까지 앓고 계신 분으로 할머니와 단 두분만이 살고 계신다. 할아버지 상태를 보니 지병때문에 최근 식사도 못하셨다고 하고 조금씩 움직이셨던 몸상태도, 요즘은 숨이 차서 거동도 못하시고 움직이지도 못 한다고 하신다.

할아버지 상태를 살피면서 병원에 다 도착할 무렵 할머니께서는 바지 안 속주머니에서 뭔가 꺼내시더니 내 손에 쥐어 주셨다. 할머니 바지속에서 나온 것은 구겨진 만원짜리 2장. 할머니께 괜찮다고 하며 “할아버지 좋아하시는 거 사드리세요”했더니 할머니는 막무가내로 나에게 쥐어주시더니 계속 안 받는 나에게 화를 내셨다. 너무 고마워서 주는 거라고 하시며 꼭 받아달라고 하셨다. “할머니 마음만으로도 저는 너무 고맙습니다. 대신 다음에 찾아뵐 때 꼭 음료수 주실거죠?” 하며 웃자 할머니께서도 내 손을 꼭 잡으시면서 고맙다고 하시며 구급차가 병원을 빠져 나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계셨다.

며칠 전 과일을 사들고 할아버지댁을 방문했을 때 할머니는 내 손을 꼭 잡으시면서 “할아버지 상태가 많이 좋아지셨다”고, “그 때 너무 고마웠다”며 웃음지었다. 할머니 미소속에서 아직 새내기 소방관인 나에겐 참으로 보람된 순간이었고 누군가에게 조그만 도움이라도 될 수 있는 구급대원의 길을 선택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앞으로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김경희 (하남소방서 광주파출소 소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