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지금 수준(연 2.25%)에서 동결한 것으로 예상된다.
금통위는 지난달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진입 논란이 일어나고 2분기 경제성장률까지 부진하게 나오자 10∼11월 중 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 경제 심리·가계부채 '일단 지켜보자'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켜보겠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눈에 띄는 경제지표 둔화보다는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린 만큼 심리가 어떻게 바뀔지, 가계부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2001년 IT버블 붕괴 시기, 2008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달아 내렸던 적은 없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달 기준금리가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전문가 11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96.5%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국내 경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은이 금리 인하의 주요 배경으로 언급한 '심리'는 아직 불안한 편이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7로 한 달 새 2포인트 상승했지만, 세월호 사고 이전인 4월의 108까지는 회복하지 못했다.
제조업 체감경기는 세월호 사고 이후 넉 달 연속 악화했다. 8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2로 1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실물경제 지표는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7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2% 늘어 6월(2.2%)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좋아지고는 있지만 회복 속도가 미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계부채는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 시행된 이후 한 달 새 7개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4조원 가까이 늘었다.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을 시행할 수 있을지가 국회의 법 통과에 달려 있는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면서 "한은이 이번 달 금리를 동결하고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도 금리 인하 이후 공을 정부로 넘겨놓은 상태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소비 부진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정부의 구조개혁 정책이 뒤따라야 하며, 어떻게 보면 그런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 높아진 10∼11월 중 추가 인하 기대감
이번 달에는 동결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은이 올해 안에 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금통위의 주요 참고지표 가운데 하나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저물가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 4일 발표한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잠정치)은 0.5%로 7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 7월 말 발표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낮고, 최초 전망치보다는 0.2%포인트 낮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간 3.8%일 것이라는 한은의 전망이 또 한 번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10월 수정 경제전망 때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낮추고, 11월에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며 "경제지표 회복이 더딘 모습이 한두 달 더 이어지면 '칼자루'를 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낮은 물가 상승률로 디플레이션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의 배경이 되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1.4% 오르며 두 달 연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는 한은 물가안정목표(2.5∼3.5%)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환율도 변수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깜짝 금리 인하로 유럽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이렇게 되면 원화 강세 기조가 강해지면서 경기 회복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 강세로 이미 지난 2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0.4%)를 기록했다.
게다가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에서 발목 잡히거나 경제지표가 나빠지면 금리를 내려 정책 공조를 하라는 정부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 공조 압박이 계속되는 등 추가 금리 인하 여지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며 10∼11월 중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전망했다.
그러나 추가 금리 인하에 회의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가계부채 누증,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성장률이 낮아진 만큼, 지금은 이런 문제 해결에 집중해 잠재성장률 자체를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금통위는 지난달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지켜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진입 논란이 일어나고 2분기 경제성장률까지 부진하게 나오자 10∼11월 중 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 경제 심리·가계부채 '일단 지켜보자'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켜보겠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눈에 띄는 경제지표 둔화보다는 경제주체들의 심리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린 만큼 심리가 어떻게 바뀔지, 가계부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2001년 IT버블 붕괴 시기, 2008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달아 내렸던 적은 없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달 기준금리가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전문가 11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96.5%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국내 경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한은이 금리 인하의 주요 배경으로 언급한 '심리'는 아직 불안한 편이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7로 한 달 새 2포인트 상승했지만, 세월호 사고 이전인 4월의 108까지는 회복하지 못했다.
제조업 체감경기는 세월호 사고 이후 넉 달 연속 악화했다. 8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2로 1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실물경제 지표는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7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2% 늘어 6월(2.2%)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좋아지고는 있지만 회복 속도가 미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계부채는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 시행된 이후 한 달 새 7개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4조원 가까이 늘었다.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을 시행할 수 있을지가 국회의 법 통과에 달려 있는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면서 "한은이 이번 달 금리를 동결하고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도 금리 인하 이후 공을 정부로 넘겨놓은 상태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소비 부진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정부의 구조개혁 정책이 뒤따라야 하며, 어떻게 보면 그런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 높아진 10∼11월 중 추가 인하 기대감
이번 달에는 동결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은이 올해 안에 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은 여전하다.
금통위의 주요 참고지표 가운데 하나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저물가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 4일 발표한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잠정치)은 0.5%로 7분기 만에 가장 낮았다. 7월 말 발표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낮고, 최초 전망치보다는 0.2%포인트 낮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간 3.8%일 것이라는 한은의 전망이 또 한 번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10월 수정 경제전망 때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낮추고, 11월에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며 "경제지표 회복이 더딘 모습이 한두 달 더 이어지면 '칼자루'를 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낮은 물가 상승률로 디플레이션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추가 금리 인하 전망의 배경이 되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1.4% 오르며 두 달 연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이는 한은 물가안정목표(2.5∼3.5%)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환율도 변수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깜짝 금리 인하로 유럽 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이렇게 되면 원화 강세 기조가 강해지면서 경기 회복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 강세로 이미 지난 2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0.4%)를 기록했다.
게다가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에서 발목 잡히거나 경제지표가 나빠지면 금리를 내려 정책 공조를 하라는 정부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 공조 압박이 계속되는 등 추가 금리 인하 여지는 얼마든지 열려 있다"며 10∼11월 중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전망했다.
그러나 추가 금리 인하에 회의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재성장률 자체가 낮아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가계부채 누증,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성장률이 낮아진 만큼, 지금은 이런 문제 해결에 집중해 잠재성장률 자체를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