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북적대는 좁은 시장골목이 꼬불꼬불 이어지는 수원의 지동시장. 지동시장 상가건물 2층의 한 작은 공장이 새벽부터 분주하다.
커다란 스테인리스에 가득 담겨진 맑은 물에는 흰 당면이 수북하게 불려지고 있고, 그 옆에서는 커다란 광주리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순대를 손질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저쪽편에서는 기계에서 순대가 쉴새없이 밀려나오고 기계에 재료를 채워넣느라 여러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기계에서 밀려나온 보기만해도 침이 넘어가는 매끈하고 따끈따끈한 순대가 손질을 마치고 광주리째 에어샤워실까지 마련된 깔끔한 포장실로 옮겨진다. 한 줄로 늘어선 서너명의 아주머니들이 순대를 하나하나 포장지에 담아 옆에서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진공포장기에 밀어넣으면 깔끔하게 포장된 '수원양념순대'가 쏟아진다. 한편에서는 손질을 마친 순대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순대장수들에게 몇 광주리씩 팔려나간다.
“순대는 서민적인 음식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적인 음식이기도 합니다. 중국인들에게는 만두와 함께 서민들의 오랜 주식 중 하나고, 서구의 소시지도 결국은 순대와 똑같은 것입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일본에서 한국의 순대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20여년 순대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순대전문 식품공장을 설립한 (주)한양식품·유통 조정행(38) 대표. 그는 지동시장의 이 작은 공장을 발판으로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수원순대의 세계화'라는 야심찬 계획을 하나하나 실현시키고 있다.
“독일의 소시지가 그렇듯이 순대 역시 지역마다 특색이 있고, 그 지역에 맞는 입맛을 따라 가내수공업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수원의 순대는 99% 당면을 사용하는 '잡채순대'의 원조로 담백하고 쫄깃한 맛으로 가장 널리 사랑받을 수 있는 요소를 갖고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한양식품·유통이 생산하는 제품들은 수원의 대표적인 순대인 '수원양념순대(찰순대)'를 비롯해 야채를 주 재료로 한 '왕순대', 인삼을 넣어 독특한 맛을 내는 '인삼 편육', 돼지족발인 '아이스바인' 등.
이중 '수원양념순대'는 일본으로의 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동경 신주쿠의 한 식육전문 유통회사와 매월 3t이 넘는 순대를 수출하기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얼마전 공장을 방문한 일본측의 사람들이 공장을 둘러보고는 깨끗한 시설과 담백하고 쫄깃한 맛에 반해 당장 계약을 하자고 나섰다. 당초 7월 1일부터 수출을 하기로 했으나 최근 발생한 돼지콜레라와 구제역 때문에 수출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 오히려 일본측에서 현지 지역생활신문에 광고까지 내며 서두르다가 수출이 미뤄지자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일본 쪽에도 현지에서 순대를 생산하는 작은 공장이 몇곳 있기는 하지만 여기처럼 맛을 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의 재료와 노하우를 따라갈 수 없는 것이지요. 순대뿐 아니라 족발과 편육도 일본에서 인기가 대단해서 수출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조대표는 이번 월드컵에서 '복(福) 순대촌'이라는 상표를 걸고 수원순대를 세계인에 선보일 예정이다. 만석공원과 남문시장에서 순대를 가장 서민적이고 가장 대중적인 수원의 대표식품으로 수원양념순대를 내놓는다. 수원양념순대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맛의 순대도 개발해 수출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을 세우고 조대표는 요즘 새로운 순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순대는 맛과 위생이 생명입니다. 특히 수출을 위해서는 맛도 맛이지만 위생이 더욱 중요합니다. 별로 깨끗하지 못한 음식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맛있고 깨끗하고 서민적인 음식으로 순대가 자리잡도록 할 것입니다.”
조대표는 이달 말쯤 순대공장 최초로 FDA 인증과 ISO9001 인증, 그리고 '식품 위해 요소 중점 관리기준(HACCP)' 인증 등 여러개의 인증을 획득할 예정이다. 이들 인증은 그의 공장과 순대가 위생적임을 증명하는 증명서이면서 수출을 위한 기본 자격이기도 하다. 에어샤워실을 갖춘 포장실과 제조가공실, 연구실, 그리고 직원들을 위한 별도의 샤워실과 깔끔한 화장실 등을 갖춘 공장은 누구라도 둘러볼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최근에는 수원 시티투어 프로그램에 포함시키기 위해 수원시측과 한창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
“이제 시작이지요. 지금까지 오기위한 준비만 9년이 걸렸습니다. 이번 월드컵이 지나고 나면 국내외적으로 수원순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수원순대는 앞으로 세계적인 식품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대표와 10명의 직원들은 눈앞으로 다가온 그들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오늘도 김이 무럭무럭 나는 순대에 살뜰한 정을 쏟아붓고 있었다.
◆ 순대이야기
사전에는 '소나 돼지의 창자 속에 여러 재료를 넣은후 삶거나 쪄서 익힌 음식'으로 소개돼 있는 순대는 우리고유의 전통음식으로 세계 어
수원순대 세계로…
입력 2002-05-05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2-05-05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진행중 2024-11-18 종료
경기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역점사업이자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온 경기국제공항 건설 후보지를 '화성시·평택시·이천시'로 발표했습니다. 어디에 건설되길 바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