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조기통합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합병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와의 협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앞으로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합병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유리창에 을지로에 위치한 하나은행 건물이 비쳐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 추진으로 노사 갈등을 빚는 외환은행이 은행권 사상 최대 규모의 징계 심의를 닷새간 진행한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노동조합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하면서 조직 기강을 위해 대규모 징계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직원 898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이들에 대한 징계를 심의한다.

징계 사유는 은행 인사규정과 취업규칙에 근거한 업무지시 거부, 업무 방해, 근무지 무단 이탈 등이다.

이들은 지난 3일 외환은행 노조가 개최하려다 무산된 임시 조합원 총회에 참석했거나 참석을 위해 임의로 자리를 비웠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재 서면으로 징계 대상자들의 소명을 받고 있다"며 "인사위에 직접 출석해 진술하겠다는 사람도 있어 심의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 사안으로 직원 898명이 한꺼번에 인사위에 넘겨져 징계를 받는 경우는 사상 유례가 없다고 외환은행 측은 전했다. 닷새에 걸친 인사위 개최도 이례적이다.

역대 다른 은행에서 단일 사안으로 대규모 징계가 이뤄진 경우는 국민은행 65명(2012년 대출서류 임의조작), 우리은행 21명(2009년 파생상품 투자손실) 정도다.

외환은행은 이번 대규모 징계를 계기로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조기통합에 반발하는 노조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전체 직원의 10%가 근무지를무단으로 이탈한 것은 정상적인 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이를 가만히 덮고 넘어가면 조직의 기강이 무너진다"며 898명에 대한 인사위 회부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노조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대다수 직원의 생각은 '노조도 이제 사측과의 협상에 나서라'는 것"이라며 이번 징계를 계기로 노조가 조만간 협상에 응할 것으로 봤다.

이처럼 강경 대응으로 기류가 바뀐 것은 조기통합 관련 노사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당근'보다는 '채찍'이 필요한 때가 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7월 조기통합 추진을 선언하고 나서 김 행장 등 경영진이 노조를 6차례 찾아가고 협의 요청 공문을 16차례 보냈는데도 번번이 무시됐다고 외환은행은 밝혔다.

노조 내부에선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특히 총회 참석을 위한 상경 인원, 즉 징계 대상자가 많은 지방 영업본부를 중심으로 노조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0일 외환은행 노조 호남지부는 성명에서 "노조(집행부)는 조합원을 사지로 내몬 데 사과하고, 징계 대상자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부산·경남, 대구·경북, 부산·울산 등 다른 3개 지부도 각각 성명을 내 지회장·분회장직 일괄 사퇴로 노조 집행부를 압박했다.

노조 집행부는 그러나 조합원 총회가 합법적 조합 활동이고, 사측이 협박과 물리적인 방해로 총회를 무산시켰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징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근용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은 대화를 원하면 징계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며 "대규모 징계는 노조 파괴 공작으로 규정해 전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