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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장 |
관공서 담장 헐고
고급음식점·술집·노래방 등
출입도 크게 줄어…
중국발전 가장 큰 문제점인
부정부패 줄었다는 사실 체감
지난 5월 중국 옌볜지역을 다녀왔습니다. 지린성 옌볜대학은 주로 심장병환자 수술을 위해 매년 한두번 씩 들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 훈춘에 있는 인민병원과 자매결연을 맺기 위해서였습니다.
옌볜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중국은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외화보유액수로나 수출입 금액 등 경제적 지표로만 보면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선진국이지만 과연 우리가 피부로 체감하는 선진국인가 하는 점에서는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음 한구석에는 중국은 한국에 비해 아직 멀었구나 하는 우월감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몇해전 옌지시를 방문했을 때 느낌입니다. 무표정한 사람들이 지나가는 초 겨울거리는 먼지바람이 불었고 포장이 덜돼 비가 오면 빗물이 길가는 사람에게 튀기기도 하고 쌓아둔 석탄가루가 바람에 날려 빨래는 물론 옷깃을 시커멓게 만들기 일쑤였습니다. 갈때마다 썩 기분좋은 여행이 아니었지요. 담배와 술로 분위기를 만드는 회식문화, 푸짐하게 차려야 대접받는 느낌이 드는 음식문화, 인맥과 관계중심의 사회를 접하고 감당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고속도로에는 이따금 달구지가 다니기도 하고 사람들도 횡단보도처럼 길을 건너는 습관때문에 고속도로인지 농로인지 구별이 힘들 정도였지요.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이 됐다 해도 우리나라 같이 전국민의료보험은 꿈도 못꾸고 있었고 관료들의 부패는 또 얼마나 언론에 회자됐습니까? 상하이나 베이징은 서울 못지않게 발달했다고 호들갑을 떨어도 중국이 변하기는 힘들다고 믿었습니다. 옌볜지역만 보기는 했지만 그런 모습을 보고 중국은 인구만 많고 땅만 넓었지 선진국은 아니야 하고 자만을 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런 중국이 달라졌더군요. 제가 방문했던 옌볜대학병원 앞 비포장도로는 깨끗한 아스팔트로 포장이 됐고, 주도로 옆에 서비스도로까지 만들어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병원앞 헐리기 직전의 허름한 건물들도 깨끗한 아파트로 단장됐고 화장실들도 수세식으로 변했습니다. 옌지시를 관통하는 강변도로는 한강만큼 멋있는 야경을 보여주었고 석탄가루는 사라졌으며 훈춘까지 가는 고속도로는 한국의 어느 도로보다 깨끗했습니다. 내년에는 베이징·창춘에서 훈춘까지 고속철도가 완공된다고 하더군요. 백두산 장백폭포 가는 길도 포장이 됐을 뿐아니라 보기쉬운 안내문과 나무계단으로 만들어진 멋진 국립공원으로 탈바꿈됐고 노점상은 사라졌더군요.
문제는 이런 것들은 돈만 있으면 해결되는 것이지요. 놀라운 것은 중국 발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정부패가 시진핑 주석님의 취임이후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체감하면서부터입니다. 공무원들의 사무실은 반으로 줄였다고 하고, 관공서 담장은 백성들이 접근하기 쉽도록 헐렸다고 했으며 시내 고급음식점·술집·노래방이 거의 망해갈 정도로 공무원 손님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어느 나라나 선진국이 되려면 부정부패의 산을 넘어야 합니다. 중국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선진국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부정부패때문이라고 합니다. 부정부패 때문에 어쩌면 공산당 정권까지도 흔들릴 것이고 대한민국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던 제 선입관은 보기 좋게 이번 여행에서 무너졌음을 고백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겪은 세월호사건을 보면서 현재 당신께서 다스리시는 중국과 비교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수준은 어떨지? 우리들의 청렴도는 어떠할지? 솔직히 이번 여행을 다녀와서 즐겁다기 보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리가 지금 이미 앞서있는 것들도 수년 후에는 당신들이 앞서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동안 교만한 마음으로 중국을 대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여행을 통해 저는 겸손한 마음으로 중화민국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