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사건이 터진지 5개월이 지났다. 여전히 마무리가 되지 못한 채 곳곳에서 마찰만 빚어지고 있다. 여주·이천·광주·양평 시민들은 신경기변전소와 765㎸ 초고압 송전탑 건설사업을 놓고 들끓고 있다. 쌀수입 관세화 추진으로 농민들까지 들고 일어나고 있다. 이런데도 의원 나리들은 사분오열에 성추행 등 별별 일들을 다 일으키고 있다. 국민을 가볍게 여겨 벌어지는 일이다.
정치는 백성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 했다. 백성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힘겨워하는지를 헤아려, 원하는 것을 이루고 힘겨운 것을 해소해 주는 것이 정치다. 백성의 뜻을 저버리고 돈을 가진 자, 권력을 가진 자가 돼 활개치고 다닐때, 나라는 중심이 무너지고 백성들의 삶은 고통에 빠지게 된다. 정치인들은 백성의 뜻을 얼마나 헤아리고 있을까. 쓴웃음만 나오는게 현실이다. 세월호는 뒤로 접어두고, 신경기변전소를 놓고 보아도 그렇다. 슬슬 눈치보면서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사업'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한전과 정부가 신경기변전소와 초고압 송전탑을 쉽게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밀양에서 그렇게 난리를 치고도, 주민들이 싫다고 하는데도 기어이 밀어붙이는 게 정부의 모습이다.
'어쩔 수 없다'는 게 정말 진실일까? 한여름과 한겨울 전력사용 피크기를 제외하면 남아도는 게 전기다. 새벽까지 불을 환하게 밝히는 도시, 편리함을 위해 전기에 의존하는 생활패턴, 대형화하는 전기제품, 남아도는 전기를 비축해 사용하려는 노력의 부족…, 이런 비효율을 관대하게 외면하고 오로지 생산으로 보충하는 건 좀 따져봐야 할 문제다.
쌀 관세화도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변명을 하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자동차와 반도체 팔아먹기 위해 농업을 희생하는 꼴이다. 왜 아무도 '그럼 좀 덜 팔자'라고 이야기하지 않을까. 결국 희생을 강요하며 팽창위주의 정책이 막무가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그 배경에 '백성'이 아닌 '자본'이 있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박상일 지역사회부(여주)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