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로 쳐 죽이는 석살형(石殺刑)과 칼로 목을 베는 참수(斬首)형이 아직도 그치지 않는 게 이슬람권이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야말로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검은 복면에 검은 망토, 흉기를 든 채 눈알만 번뜩이는 장대한 체구의 사내는 풀 한 포기, 벌레 하나 없는 사막지옥에서 방금 솟구친 유령이지 사람이 아니다. 그들에게 최근 붙들린 미국 기자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트로프 참수에 이어 지난 13일엔 영국 인질 데이비드 헤인스도 무참히 당했다. 그런데 그 흉악무도한 IS가 로마 교황까지 처단하겠다며 하비브 새들 교황청 이라크 대사에게 경고, 교황청이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는 게 이탈리아 국영 ANSA통신의 19일 보도였다. 'IS의 그리스도교도와 소수민족 박해를 교황이 비난했다'는 게 이유였다. 교황은 영국 인질 참수 그날 이탈리아 북부 1차대전 묘지를 참배, 세계 3차대전을 우려하며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IS에 대항하는 이라크 지원을 위한 15일 파리 국제회의엔 26개국이 참가했고 이란까지도 협조하겠다고 나서는가하면 'IS에 의한 아동 피해만도 700명이 넘었다'는 게 지난 8일의 유엔 발표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3차대전 우려는 IS뿐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와 구미 대결, 중·일간의 첨예한 패권 다툼도 문제라는 것이다. 아시안게임의 '북한' 표기를 문제 삼은 '북측'은 어떤가. '인민군 현역 복무기간 10년을 11년으로 연장한다는 설, 그것도 불안해 여성 징병제까지 검토 중'이라는 설(20일자 도쿄신문)은 교황이 듣지 못했을까. IS에 한국인도 끼여 있다는 그 한국인이 바로 북측 인물인지는 몰라도 IS보다 천배 만배 위험한 게 북한이다.

교황은 일본인들이 떠받드는 천황처럼 사람 모습의 신(現人神)도 아니고 절반은 신, 절반은 사람도 아닌 그냥 사람이고 사적(私的)인 고뇌도 깊다. 한국 방문에서 돌아간 이튿날인 8월 19일엔 조카 일가족 3명이 교통사고로 숨졌고 조국 아르헨티나 정부는 경제파탄으로 미국 헤지 펀드 채무불이행(default)에 빠졌다. 그런데 교황이 기도를 올리며 간절히 염원하는 지구 평화란 영영 올 수 없는 빛바랜 꿈은 아닐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