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도 죽을 땐 머리를 살던 굴 쪽으로 향한다. 이역만리 타국에선 '조국'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 벅차고 감격의 눈물이 솟는 건 감정 예민한 시인만이 아니다. 그래선지 동족끼리는 헐뜯지 않는다고 했다. '개는 개를 물지 않는다(Dog does not bite dog)'는 속담이 바로 그거다. 그런데도 이번 박근혜 대통령 방문국인 캐나다와 미국 곳곳에선 무엄하고도 발칙한 시위를 벌였다. '누가 세월호를 침몰시켰나? 청와대가 지시하고 국정원이 각본 짠 걸 빨끈해만 모른다고?'라는 피켓을 든 한 뉴욕 교포의 노추(老醜)와 추태라니! 박대통령 출국 때마다 외치는 좌파 구호가 또 '축하! 박근혜 비행기 추락'이라는 저주다. 세월호 유족과 좌파는 저 늙은 뉴욕 교포 피켓 망언을 그대로 믿는가? 그래서, 청와대와 국정원 수사를 위해 세월호특별법에 수사권 기소권을 달라는 것인가. 세월호는 침몰할 수밖에 없는 배, 운항해선 안 될 배였다는 게 대한민국 해양 전문가의 공통 견해다.

현직 대통령이 못마땅하면 염통깊이 공감하는 다음 대통령을 고대하는 게 도리고 예의고 인간이고 국민이다. '악한 삶은 일종의 죽음(An evil life is a species of death)'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저 늙은 뉴욕 교포가 저주스럽다. 조국을 위한 애국심, 조국을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숱한 의사(義士)와 전쟁 영웅들의 위대한 정신들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라틴어 名句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국을 위해서(non sibi, sed patriae)'―바로 그거다. 최근 독립 투쟁 주민투표만 해도 주제어는 '동족'과 '조국'이다. 러시아 귀속을 바라는 우크라이나인의 외침도 '아쩨체쓰뜨붜(조국)'고 엊그제 끝난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도 동족과 조국, 모국어(Gaelic語) 되찾기였다. 스페인 카탈루냐의 11월 주민투표 명분도 카탈루냐어와 조국이고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독립투쟁도 다를 바 없다.

하나의 조국, 동일 언어만도 엄청난 축복이다. 그런데도 머나먼 해외 동포들이 보석 같은 모국어로 조국의 대통령을 헐뜯고 0점, 소수점 이하 인간들의 조국 흠집 내기 유언비어에 놀아날 수 있는 것인가. 그것도 뭐가 콩이고 보리(숙맥)인지 가릴 줄 알만한 늙은이의 저승 밑 추태라니! 신은 왜 잠잠한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