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오 사방(idio savant)'이라는 프랑스어 심리학 용어가 있다. 정신박약자이면서도 어느 특수 분야의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그 중에서도 '욕동행위(慾動行爲)'를 자제할 수 없는 자, 즉 도벽(盜癖)이나 색광(色狂), 정신병처럼 癖, 狂, 病 따위 접미사가 붙는 행위를 금할 줄 모르는 인간이다. 그렇다면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난 25일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사진기자의 800만원짜리 카메라를 훔친 일본 수영 스타 도미타 나오야(25)가 아닌가 싶다. 그의 성씨 '도미타'는 보통 '富田'으로 표기하지만 그는 '富'자의 꼭지를 떼어낸 속자를 쓰고 있어 그 또한 별나다. 아무튼 그는 2010년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 평영 200m 금메달리스트로 돈이 없어 카메라를 못 살 처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일본 선수가 한국에서 일본제 카메라를 훔치다니, 일본 네티즌 분노가 하늘에 뻗쳤다.

그렇지 않아도 동양 제일의 선진국인 '대 일본'이 올림픽은 물론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뒤처지는 데 국민적 자존심이 몹시 상한 처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야구 축구 등 주요 종목이 한국에 뒤졌다. 아무튼 그 수영 스타의 카메라 도둑질로 연상되는 건 2012년 6월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최윤영의 절도죄다. 친지 집에서 지갑을 훔쳤다는 거다. 또 하나는 2010년 7월 프랑스 언론 보도다. 에어프랑스 비즈니스석(席) 서비스 담당의 미모 여승무원 루시(40대)가 그 전해 1월 도쿄→파리 항공기에서 4천유로(약 600만원)를 훔치는 등 무려 150여 차례에 걸쳐 탑승객 지갑을 슬쩍했다는 거 아닌가. 중국에선 '절도'를 거꾸로 써 '도절(盜절)'이라고도 하고 '훔칠 도(盜)'자에다 '강도 비(匪)'를 붙여 '도비(盜匪)'라고도 부르지만 자신의 비양심 발동을 억제할 수 없는 유명인 도벽도 일종의 정신병이다.

불교에선 도둑질이 오계(五戒) 중 하나지만 이슬람권엔 도둑이 거의 없다. 왜? 도둑질한 손목을 자르는 게 소름끼치는 이슬람 율법이기 때문이다. 단근형(斷筋刑)이라고 해서 도둑질한 손목 힘줄을 끊던 형벌은 조선시대 중종 때까지도 실행됐었다. 어쨌거나 일본 수영 스타 도미타의 창창한 미래가 온통 불명예의 화산재로 덮여버리는 게 안타깝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