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중심 일부에 국한 안되고
거품위에 또다른 거품 덮지않게
건설사들 행태 적절한 대책 필요
또한 도 넘는 투기로 서민들
박탈감만 키워선 안된다
지난 7월 경기부양을 강조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뒤 경기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뜨겁다. 초이노믹스로도 불리는 최 부총리의 경제운용방향은 경기부양을 위해서 정부가 각종 재정이나 금융지출을 늘리고 부동산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위 '대못'으로 지칭되는 각종 규제를 푸는 것으로 요약된다. 부동산 시장을 옥죄던 LTV·DTI를 완화해 주택시장의 핵심 규제카드를 사실상 폐기했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용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대책들도 다각도로 내놓고 있다.
새로운 경제팀의 확고한 소신탓일까. 증권시장은 물론 부동산시장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듯하다. 최근 강남의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가 상승하고 분양가가 오르는 등 활기를 되찾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대표적이다. 소신만큼 정책이 효과를 거둬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면 그보다 반가운 일은 없겠지만 왠지 모를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걱정의 우선순위는 새로운 경제정책의 효과가 강남을 중심으로 한 일부에만 그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얼마전 분양한 서울 반포동 신반포 1차 아파트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한강조망이 가능한 전용 112㎡가구의 3.3㎡당 분양가가 5천만원으로 단군이래 최고기록을 세웠다. 강남과 인접한 위례신도시 아파트도 1억원에 육박하는 웃돈이 붙어 거래되면서 분양 초기 1천600만원대에서 시작한 분양가가 지금은 2천만원을 바라보고 있다. 정부의 신도시 공급중단 선언으로 유망신도시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작용한 탓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주택매매가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지만 서민들의 체감과는 거리가 있다. 강남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경기활성화는 아직 남의 얘기다. 수도권의 매매시장 또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원과 성남·고양 등 수도권 대도시의 경우 최초 분양가를 밑도는 아파트가 널려 있다. 미분양이 큰폭으로 감소했다지만 여전히 1만가구가 넘는 미분양물량이 대기중이다. 혹자는 구들장론을 들먹이기도 하고 아랫목이 뜨거워져야 윗목도 따뜻해진다는 논리를 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분명한 건 그 온기가 아직은 편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또하나 걱정되는 것은 아직도 거품이 끼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부동산 가격에 또다른 거품이 덮이지는 않을까하는 점이다. 아무리 강남이 살기좋고 그래서 인기가 많다고 해도 3.3㎡당 분양가가 5천만원을 넘어선 것이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의 활황세를 등에 업고 분양가 인상부터 시도하는 건설사들의 행태에도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잘못하면 강남의 부동산활기가 가진자들의 잔치만으로 끝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도권과 지방으로 번질 우려가 큰 탓이다.
아직도 못다한 걱정 하나 추가한다면 활성화가 투기로 이어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다. 경기가 살아나기위해서는 어느정도의 투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사회의 투기는 적정한 정도를 넘어 항상 넘치기 때문에 문제가 돼왔다. 지금의 활황이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투기세력들에게 또다른 장을 마련해 줄 수도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온다. 투기가 심해져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 가뜩이나 내집마련이 어려운 서민들의 박탈감만 깊어진다. 지금도 높은 집값 때문에 내집마련의 꿈을 버리고 산다는 젊은세대들에게 남아있는 가느다란 희망의 끈마저 앗아갈 우려도 크다.
경기활성화가 모든 계층에게 혜택이 될 수 있고 전국의 모든 곳이 골고루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면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런 정책이야 어차피 기대난망이니 이왕이면 혜택은 크게, 피해는 적게 입는 정책이 운용됐으면 좋겠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가진자만 살찌우고 못가진 자들의 박탈감만 키워서는 안된다. 두루두루 살피는 혜안이 있는 그런 정책을 기대해본다.
/박현수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