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이완구·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30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타결한 뒤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국의 블랙홀로 작용해온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30일 타결됐다. 비극적 참사가 발생한 지 167일만이다.

새누리당 이완구·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담을 열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 두 차례 합의안이 단원고 희생자 유족들에 의해 거부된 이후 세 번째 나온 합의안으로, '2차 합의안'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일부 조항을 추가했다.

특히 최대 쟁점이던 세월호 특검 추천권과 관련, 특검 후보군 4명을 여야 합의로 추천하되, 유족이 추천 과정에 참여할지는 추후 논의키로 했다.

2차 합의안에서는 7명으로 구성된 특검후보추천위원 중 여당 몫 2명을 추천할 때 야당과 유족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는데, 여기에 더해 특검 후보 전원에 대해서도 야당의 동의를 거쳐야만 추천이 가능한 '이중 장치'를 만든 것이다.

지난 6월 발효된 특검법은 특검후보추천위가 2명의 특검 후보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당초 새정치연합과 단원고 유족 측은 특검 후보를 추천할 때에도 유족이 참여하도록 요구했으나, 새누리당이 이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결국 유족 참여 여부에 대한 결정을 뒤로 미루는 수정안이 여야 간 상호 조율을 통해 채택됐다.

▲ 여야간 진통을 거듭해온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30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사진은 합의문.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 수석부대표는 협상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유족도 이 안에 대해 전권을 위임했다고 알고 있다"면서 "유족이 특검 (추천)에 참여하는 것은 결단코 안 된다는 개인 의견을 반드시 관철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제는 국회에서 이렇게 해서라도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진상 규명을 해야하는 시점"이라며 "세월이 가면 갈수록 진실들이 지워져 가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의총에서 3차 합의안을 박수로 추인했으나 단원고 유족들은 이번에도 합의안을 공식 거부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특검 후보 추천 과정에 유족이 참여하도록 하는 노력을 계속하는 한편, 만약 실제 참여가 불가능하더라도 야당 추천 몫 후보에 대해 유족의 사전 동의를 받음으로써 사실상 유족이 추천하는 효과를 내도록 할 계획이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최종 협상 직전 최고위원회의에 3차 합의안을 사전 보고해 전권을 위임받았으며, 소속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사후 추인 절차는 밟지 않았다.

여야는 또 세월호 특별법과 함께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일명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을 다음 달 말까지 일괄 처리키로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 4월16일 비극적인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167일 만에 사고의 원인과 책임자를 가려내기 위한 진상조사 방식이 결정됐다.

▲ 새누리당 이완구·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가 30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여야간 진통을 거듭해온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극적으로 타결하고 나서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 우윤근 정책위의장, 박영선 원내대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반 년 가까운 시간을 정쟁으로 보낸 끝에 이제야 진상 조사를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험난하고 먼 길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단원고 유족이 3차합의안에 대한 거부입장을 밝히며 극심하게 반발해 당분간 여진이 예상되는데다 특검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특검 후보 추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여야·유족이 이전처럼 사사건건 대립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날 협상 타결로 새정치연합이 국회 본회의에 참석함으로써 30일간 이어져 온 정기국회 공전과 151일간의 '입법 제로' 상황도 해소됐다. 이밖에 여야는 국정감사를 다음 달 7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