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낙하산은 없다'는 공언과 배치되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장하나 의원이 지난해 11월 박 정부들어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장 78명을 조사한 결과 43%인 34명이 낙하산 인사로 MB정부의 낙하산 비율 32%보다 훨씬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지난 연말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파티는 끝났다'며 공공기관 개혁을 강조한 이후 새로 기관장에 임명된 35명중 정치인 출신은 15명으로 3배나 격증했다. 박 정부가 집권 2년차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는 심화될 개연성이 크다.
문제는 공기업 개혁이다. 박 대통령은 금년도 신년기자회견에서 "올해 공공부문 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새누리당은 19일에 '과대부채' '과잉복지' '과잉기능'의 공기업 개혁 7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300여곳의 공공기관 부채 총액은 523조원으로 정부채무 482조원을 능가하는데다 부채 비율도 216%로 최근 4년만에 무려 2배가량 증가했다. 세금으로 갚아야할 적자성 채무가 70% 이상인 등 부채의 질 악화는 점입가경이다. 전국 지방공기업 396곳의 빚도 근래 빠르게 불어 총 부채가 74조원에 이른다. 내수 부진에 따른 양극화 확대 등 공공지출 수요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데 경제성장은 게걸음이어서 빚더미공화국의 불명예마저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공기업들의 방만경영에 칼끝을 겨누었다. 개혁 방향은 매각·민간개방·경쟁도입 등으로 정했다. 박 대통령은 여론몰이를 해서라도 이번만큼은 반드시 악폐(?)를 뿌리 뽑겠다는 각오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점차 커지는 국민적 원성을 강조하며 독전(督戰)중이다. 2016년 총선까지 '표장사'를 방해할 걸림돌도 없어 물실호기로 판단하는 눈치이나 성과는 금물이다.
공기업노조는 눈덩이 부채의 원인이 과잉복지보다 정부사업을 공기업에 전가하고 공공요금을 원가 이하로 책정한 탓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니 말이다. 세종시와 혁신도시, 보금자리주택과 4대강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교수의 "공공기관 노동자들에 책임을 물으려면 그들이 방만 경영할 수 있을만한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권한이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에 눈길이 간다. 야당도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정부가 공기업노조에 전가하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소관 부처의 산하 공공기관 보호 타성 불식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각 부처 고위 공무원들은 산하 공기업을 퇴직후 '제2 철밥통'으로 당연시하는 실정에서 제 밥통 뺏는 작업에 스스로 동참하겠는가. 소리만 요란했던 역대 정부의 공기업 개혁 실패가 방증이다.
낙하산 인사가 화근이다. 출근 첫날부터 노조에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낙하산 사장'이 공기업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공기업의 방만경영은 낙하산 경영진과 노조의 합작품"이란 항설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민영화도 정답이 아니다. 최근 영국 스코틀랜드의 독립시도가 반면교사다. 관피아와 정피아 청산없는 공기업 개혁은 공염불이다. 인사가 만사라 했다. 그러나 더 시급한 것은 정치혁신인데 박근혜 정부는 독배(낙하산 인사)부터 먼저 들고 있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