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회식 참석위해 北대표단 방남
정부 제안 2차 고위급 접촉 수용
당국간 '대화 재개' 가능성 커져
市, 화해무드 조성 꾸준히 '노력'


인천아시안게임이 경색된 남북 관계를 대화 국면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지난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에 참석하고자 인천을 방문한 황병서 군총정치국장 등 북측 대표단은 우리 정부가 제안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수용했다.

북측 대표단은 이날 인천시내 한식당 '영빈관'에서 열린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 정부 대표단과의 오찬 회담에서 우리 측의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10월 말~11월 초 우리 측이 원하는 시기에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남북 간 대화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남북은 지난 2월 판문점에서 북측 제의로 1차 고위급 접촉을 가졌다. 이후 지난 8월 우리 정부가 북측에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으나, 그동안 북측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전단지 살포 등을 문제 삼으며 우리 측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인천아시안게임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튼 셈이 됐다. 북측 지도부 최고 실세들이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을 명분으로 인천을 방문, 우리 측의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제안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천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소강 상태인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는 "북측 최고위급 인사들이 폐회식에 참석하고, 앞서 우리 측 대표단과 회담을 갖는 등 아시안게임을 통해 남북 화합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인천아시안게임이 꽁꽁 묶였던 남북 경색의 실타래를 푸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으로 남북 간 화해 무드를 조성하고자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인천시는 2007년 4월 아시안게임 유치에 성공한 후, 일부 경기 종목을 북한 지역에서 여는 방안을 검토했다.

또 남북 선수단 개·폐회식 공동 입장, 단일기(한반도기) 사용, 공동응원단 구성 등을 기대했다. 하지만 2010년 인천에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지면서 남북 관계는 얼어붙었고, 체육 등 모든 분야의 교류가 중단됐다.

인천시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아시아 스포츠 약소국 지원 프로그램인 '비전 2014'를 통해 북측 선수들에게 전지훈련과 장비 등을 지원했고, 지난 7월 북측은 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북 실무회담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되면서, 북측의 응원단 파견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그러던 중 남북이 인천아시안게임 마지막 날, 폐회식을 매개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에 합의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인천아시안게임의 지향점(슬로건)이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다"며 "인천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남북대화의 여지가 생겼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했다. 이어 "경색 국면에 놓여 있던 남북 관계가 앞으로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목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