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현실적 어려움 많다
하지만 정치구조 혁신해야만
한국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진정성 국민·야권이 알아줄 것

관료사회 우수한 조직이지만…
문제를 스스로 다 해결하려 해
도의원들 의견 반영할 것 많아
의회와 협력하는 건 '시대정신'

"처음 가는 길이니까 당연히 시행착오도 있고 의심도 하겠지만, 연정은 제 정치철학이자 소신입니다. 야권에서 남경필의 이미지만 부각시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 공을 독차지할 의도도 마음도 없습니다. 인내를 갖고 진정성을 보인다면 국민들이 믿어주고 야권도 믿어줄 겁니다."

6·4지방선거 이후 전국의 시·도를 통틀어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추진하는 '연정(聯政)'만큼 많은 국민의 관심이 쏟아진 정책이 또 있을까.

남 지사는 후보시절부터 사회통합부지사를 야당 추천 인사에게 주는 '작은 연정'을 공약화하면서, 취임 이후 야당과, 때로는 여권 내부와도 힘겨운 줄다리기를 계속해왔다.

야당내 이견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연정 실천으로 공직사회와 도민들의 피로감도 적지 않았고, '연정만 쫓다가 민생과 도정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특히 추경예산안 심의를 둘러싸고 핵심예산 삭감이라는 진통을 겪으면서 도 안팎에서는 '이제 연정은 출구전략을 짜야할 때'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남 지사는 '분권형 도지사제' 도입이라는 파격적 선언으로 '연정 회의론'을 일축했다. 예산과 인사라는 도지사의 최대권한을 야권·도의회와 나누겠다며 '나는 의회주의자'라는 말도 덧붙였다.

오는 8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4일 경인일보와 만난 남 지사는 '연정에 대한 피로감과 회의론이 많다'는 지적에 "도의회와 예산을 공동편성하고 인사권도 공유하는 이른바 '분권형 도지사제'를 도입하겠다"는 매머드급 선언을 했다.

그는 "연정은 우리 정치제도 문화에서 새로운 도전인만큼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지만, 현 정치구조를 혁신해야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부지사를 파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좀더 고심해야한다.

이를위해 분권형 도지사제도까지 염두에 둔 '연정로드맵'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금까지 야당에 사회통합부지사 파견을 중심으로 한 연정 추진을 조금더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진정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실현, 연정의 성공을 위해 경기도의회와 협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남 지사는 "조금더 솔직히 말하자면 연정로드맵에는 인사권 공유와 더불어 야당 몫 사회통합부지사를 도의원이 겸임하고 의원들의 숫자를 늘리기 위해 지방자치법 개정을 추진하고, 도의회 비상임 특별위원회인 예결위원회를 상임위로 전환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사권 공유와 관련해 남 지사는 "지사가 행정1부지사·사회통합부지사와 모든 것을 오픈하고 논의한다면, 인사권의 공유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지사가 독단하지 않고, 인사 전반에 걸쳐 야당추천 부지사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예결위 상임위화에 대해서도 남 지사는 "매년 반복된 예결위의 부실심사와 밀실심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예결위의 상설화가 아닌 예결위를 상임위화하는 것"이라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임위화로 도민이 신뢰하는 정치 쇄신의 첫걸음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남 지사가 5선의 국회의원시절동안 대통령에게 집중된 막강한 권한에 대해 '분권형 대통령제'로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실제 지난 2004년 야당으로 박근혜 대표 체제였던 한나라당은 17대 국회 원구성 협상 당시 예결위의 일반 상임위화를 당론으로 추진하며 강력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남 지사는 "OECD국가 중 예결위원회가 비상임인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이제 경기도지사가 됐으니 나의 정치철학인 권력분산을 내 스스로 먼저 실천하는 것"이라며 "현재 관련법 저촉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연정과 관련된 구체적 실천방안이 담긴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공직사회, 관료조직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남 지사는 "우리 관료사회가 굉장히 우수한 역량임에도 불구하고 혼자 문제를 다 해결하려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의회 관계의 두터운 협력을 견인하는 연정은 '시대정신'이기 때문에 집행부도 수용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도정질의 과정에서 도의원들이 제시한 의견 중에는 법개정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반영할 것이 많았다"며 "정책적으로 반영할 것을 파악해 해당 의원과 실·국장, 경기연 박사등을 한팀으로 만들어 도정에 반영할것"이라고 말했다.

관피아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남 지사는 초기 산하단체장 인사가 '보은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관피아 척결의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을 도청 안팎에서 받기도 했다.

남 지사는 "관피아로 표현되는 공공기관 재취업 문제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당사자의 능력과 자질"이라며 "이를 검증하기위해 인사청문회와 퇴직공무원 채용시스템을 마련했고, 관피아 문제는 향후 천천히 줄여나갈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가 남북통일 준비과정의 선두에 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남 지사는 "경기도는 접경지역도 많고 북한이탈주민 숫자도 7천여명으로 통일에 있어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며 "경기도는 서독이 동독 주민들의 신뢰를 얻은 것을 본보기 삼아 북한 주민들로 하여 통일을 열망하도록 만들고, 인도적 지원·경제적 교류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경기도에 우호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현재 전국 최대인 361억원의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조성중이고, 전국 지자체중 유일하게 말라리아 남북 공동방역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남 지사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소통과 화합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약 실현과 연정을 통해 새로운 정치를 해나가는 것은 물론, 공약을 토대로 사회적 약자와 상생하는 자립경제의 모델을 지역단위에서 구현하는 모범을 경기도가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이경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