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든 말든… '너희들만의 리그' 도민들 무관심
도정 마비속 '연정' 고집에 상당수 불안감 느껴
남지사, 표 던진 50.43% 유권자 마음도 헤아려야

요즘 경기도 공무원 사이에서 '김말남초(金末南初)'라는 말이 나돈다. '김문수 말 남경필 초'를 줄임말로 정권 말기의 무기력함, 정권 초기의 어수선함이 경기도에 공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기도 연합정치, 이른바 '경기연정'에 발목이 잡혀 도정이 휘청거리는 것에 대한 공무원들의 자조섞인 푸념이다. 어느 정권이건 출범 초기에는 활기가 넘치게 마련이다. 의욕이 지나치게 과해서 '과유불급'을 우려할 정도다. 이는 국가정권이건 지방정권이건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도정은 지금 구멍이 뻥 뚫려있다. 공백상태다. 절대 선(善)으로 미화되는 연정 때문에 산하기관 통폐합, 조직개편은 모두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오죽하면 '남 지사는 연정인지 도정인지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말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민선 6기 출범 이후 첫 번째 추경에서 도의 역점사업 예산이 연정 파트너에 의해 전액 삭감됐다. '대한민국 정치사의 첫발', '어렵지만 꼭 가야 할 길'이라며 의미를 부여한 경기 연정의 현주소다.

그럼에도 남경필 지사는 취임 100일을 맞아 더 파격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도의회와 예산을 공동 편성하고 인사권도 공유하는 이른바 '분권형 도지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논의된 야당 몫 사회통합부지사를 넘어 도정을 야당과 아예 공유하겠다는 파격적 제안이다. "도의회가 남경필 들러리냐"며 사회통합부지사 추천을 거부해 온 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 내 연정 반대 그룹조차 경악했다는 메가톤급 제안이다. 물론 법적인 문제로 당장 실현이 불가능하지만 이 정도면 연정에 대한 남 지사의 생각이 '소신'을 뛰어넘어 '집착'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그러면서 남 지사는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시행착오와 갈등, 불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연정은 남경필의 정치철학이자 굽힐 수 없는 소신"이라고 말했다. 끝까지 연정 '실험'은 계속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정을 보는 시각은 두 가지로 나뉜다. 무관심과 불안함. 현재 연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보다 경기도민의 무관심이다. 내 지역에서 내가 뽑은 도의원 이름 석 자도 모르는데 연정을 하든 말든 그것은 '너희들만의 리그'라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한심한 행태를 보는 것도 지겨운데, 도의회는 관심도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관심있는 사람들은 도의 모든 정책이 연정과 맞물리면서 도 정책이 겉돌고 있는 것에 오히려 짜증을 낸다.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만했으면 하는 도민들도 만만치 않다.

특히 도의회와 예산을 공동 편성하고, 인사권을 공유하겠다는 말에 도민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럴려면 상위법인 지방자치법을 뜯어고쳐야 하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혹시 임기내내 이 법과 씨름하는 남 지사를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벌써부터 볼멘 소리다. 이럴 바에 차라리 한수 이북을 야당에 떼어주든가 차라리 당적을 옮기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남 지사의 연정 실험은 게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남 지사의 행보를 지켜보는 불안한 시선이다. 지난 선거에서 남 지사는 야당 후보와 0.8%포인트, 불과 4만3천157표로 초박빙 승리를 거뒀다. 이는 유권자의 절반이 야당 도지사를 열망했다는 뜻도 된다. 도의회도 새누리당 50석, 새정치민주연합 78석으로 여소야대가 됐다. 이러니 연정을 통해 도정 운영을 꾸려 나가야 하는 것은 외견상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일 지난 선거에서 분권형 도지사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아마 당선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남 지사는 의원시절 당에서 개혁성향 의원으로 분류됐다. 그래서 '여당 내 야당'이라는 소리도 들었다. 지나치게 좌편향이란 지적도 받았다. 이런 언행이 보수층들에게 강한 반감을 사는 경우도 있었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파격적인 행보가 전혀 낯선 것도 아니다. 도정이 마비되면서까지 연정을 고집하는 남 지사의 모습에서, 많은 도민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 뜻에서 남지사는 지난 '세월호 정국'속에 치러진 선거에서 표를 준 50.43%의 유권자 상당수가 남경필 개인이 아닌, 새누리당을 보고 표를 던졌다는 가정하에 지금의 연정 '실험'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그들의 마음도 반드시 헤아려야 한다. 특히 대권에 뜻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