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개막되면서 위.변조 외화 범람에 대한 비상이 걸렸다.

은행을 비롯한 각 기관의 위조 외화 감별력이 초보적인데다 새로 통용되는
유로화나 중국 위앤화 등에 대해서는 무방비나 마찬가지여서 월드컵기간 한
국이 ‘위폐특구’로 전락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외화 전문가들은 고액권
으로 둔갑한 위.변조 외화는 유흥업소, 재래시장, 여성아르바이트생 등을
주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위.변조 외화 대응력 부족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에서 외한은행을 제외하고 다른 은행들
은 외화 위폐감식 분야에 대한 별도의 전문가를 두고 있지 않다. 더욱이
각 은행 지점들이 보유하고 있는 위폐 감식기도 의심나는 외화에 대해 자동
으로 위.변조 여부를 가려주는 것이 아니라 전문교육이나 지식을 가진 직원
이 빛에 비춰진 외화를 식별해야 하는 등 제한된 기능 만을 갖고 있다. 은
행 직원이라도 아무나 위.변조 여부를 가릴 수 없을 뿐아니라 일반인들은
아예 위조 외화에 대한 직접 식별은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유흥업소 등이 위.변조 외화 주타깃
월드컵기간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면세점, 백화점, 호텔 등을 비롯
한 거의 모든 거래에서 외화를 직접 사용할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고속
도로 휴게소에서의 환전서비스와 함께 톨게이트(요금소)에서 미국 달러로
도 통행료를 받기로 하는 등 외화 사용범위는 어떤 국제행사 개최시보다도
넓다. 이 가운데 위.변조 외화범들이 주로 노리는 대상은 유흥업소, 재래시
장, 여성아르바이트생 등이라는 것이 외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흥업소는 심야에 술값이나 봉사료 등으로 위.변조 외화를 제시하는 경우
가 많고 서울 남대문.동대문 등 대형 재래시장이나 토산품점 등도 쉽게 접
근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 행사 안내나 통역 등을 맡는 여성 아르
바이트생들도 ‘흑심’을 가진 외국인들로부터 피해를 보기 쉽다. 88년 서
울올림픽 기간에 500여건의 위.변조 외화 적발사례가 신고됐으며 알려지지
않은 사례들까지 감안하면 더욱 많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어떤 외화가 위.변조되나
위.변조돼 유통되는 외화는 당연히 리스크를 감안해 고액권이 대다수를 차
지하기 마련이다. 미화는 1달러짜리, 5달러짜리, 20달러짜리를 100달러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많다. 또 1934년 미국에서 잠시 은행간 자금결제를 위
해 발행한 10만달러 구권도 신권처럼 유통시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
다.

위앤화는 100위앤을 컬러복사나 스캐너 등을 통해 중국내에서 유통시키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최근에는 아예 인쇄를 통해
유통시키는 경우도 있다. 또 올해부터 유럽 12개국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
는 유로화는 화폐 자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전문가들도 위.변조 여부를
식별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받은 외화는 은행에 입금하는 것이 상책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액권은 화폐의 발행번호와 돈을 낸 외국인의 여권번
호 등을 기록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외환관계자들은 조언하고 있다. 이
어 가능한한 빨리 거래 은행에 입금시키며 위.변조 여부에 대한 확인을 당
부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꼽고 있다.

국민은행 김양진 외환업무팀장은 “위.변조 외화에 대한 식별요령을 담은
책자를 전 영업점에 배포하고 직원들을 교육시킨 상태”라며 “의심나는 고
액권은 곧바로 가까운 은행으로 가져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
다.

외환은행 서태석 외환사업부 차장도 “받은 외화는 되도록 빨리 은행에 입
금시키고 확인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며 “위.변조 외화가
발견됐을 경우 숨기지 말고 관련 기관에 알려 사례를 널리 전파하는 것도
추가 피해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