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월드컵이 개막되면서 하루에 3~4게임씩 펼쳐지는 경기일정에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 시민들의 생활패턴이 확 달라지고 있다.

개막 첫날, 유력한 우승 후보인 프랑스팀이 처녀출전한 아프리카의 흑진주 세네갈에 침몰하는 대 이변을 목격한데다 세계 강호들과의 잇딴 평가전에서 심상찮은 저력을 선보인 우리 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으로 “만사 제쳐놓고 월드컵은 꼭 봐야한다”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생체리듬마저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생활패턴이 이처럼 월드컵 중심으로 바뀌면서 관광업계와 유명 식당, 술집 등은 손님이 끊겨 한산해졌고 주말이면 북새통을 이루던 용인 에버랜드와 과천 서울대공원, 도내 유명 행락지에도 입장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6월 들어 첫 휴일인 2일 용인에버랜드에는 평소 주말보다 1만명이상 내장객이 줄어들었고 양평의 용문산과 수원의 광교산 등 도내 유명산과 과천 서울대공원, 수원의 원천 유원지 등 유원지마자 입장객들이 절반정도로 줄어들었다.

대형 룸살롱과 나이트클럽, 유명 식당가 등도 손님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절반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많아지자 대형 TV설치 등 묘수를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관광업계도 주말이면 80%를 넘던 비행기 탑승률이 50%대로 떨어지는 등 관광객들이 줄어든데다 국내외여행 스케줄마저 무더기 취소 또는 연기사태가 잇따르자 미리 확보해 둔 항공티켓을 소화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김희숙(28·여·회사원)씨는 “한국전이 열리는 3일 동안 저녁시간을 모두 비워놨다”며 “특히 이달초 예정된 대학동창회를 한국전 날짜에 맞추고 집결장소도 수원 만석공원으로 해 합동응원후 가벼운 마음으로 생맥주를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용인시청 공무원인 김모(43·용인시 기흥읍)씨도 티켓은 구하지 못했지만 한국전 경기일 모두 휴가를 낼 계획이며 어렵게 티켓을 구한 오는 5일 열리는 미국-포르투갈전에 가족과 함께 직접 경기장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월드컵을 시청하기위해 일찍 귀가하는 직장인들도 늘고있다.

평소 축구를 잘 몰랐던 주부들은 TV가 온통 축구중계 뿐이어서 불만이긴 하지만 남편의 조기귀가로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다며 반색하고 있다.

주부 이정희(38·과천시 문원동)씨는 “일대신 축구에 남편을 빼앗기게 됐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일찍 귀가해 아이들도 아빠 얼굴을 더 많이 볼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TV앞에서 밤을 새는 '올빼미족' 열성 축구들팬들도 어김없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붉은악마 회원 정모(34·고양시 일산구)씨는 “개막전을 봤지만 너무 재미있어 녹화분을 계속 보느라 밤을 새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즐겁다”며 “한국전 경기때는 회원들이 함께 모여 밤을 샐 계획을 세웠다”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