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이 시작되는 오전 10시, 위원장의 국감 시작을 알리는 방망이질이 끝나자마자 한 의원이 손을 번쩍 들고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했다. 마이크를 켠 그 의원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피감기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의원은 '뭐하러 현관앞에 직원들이 다 나와서 의원한테 인사를 하느냐' '화장실에 새로 산 수건에다 칫솔·면도기·방향제 등이 놓여져 있던데 왜 쓸데없이 돈을 쓰느냐' 등등 다소 의외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의원은 "여기에 대접받으러 온 거 아니다"며 "요즘 국회의원들 특권이다 뭐다해서 비난이 쏟아지는 판에 이런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지난달 여의도에서 벌어진 '대리기사 폭행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특권이 다시 세간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국회의원은 한해 1억원이 훌쩍 넘는 세비를 받고, 국민의 혈세로 봉급을 주는 보좌진을 여러명 거느린다. 게다가 단 하루라도 의원배지를 달았다면 65세가 넘어 매달 120만원의 연금을 지급받는다.
헌법에는 면책과 회기중 불체포특권을 보장하고 있는 등 그야말로 특권이 무려 200여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이 이같은 특권을 누릴만한 자격과 함께 그만큼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따져보면 국민들은 절대 인정하려 하지 않을 뿐더러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5개월 남짓 공전을 거듭한 끝에 국회가 열려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정감사 준비기간이라고 고작 며칠이 전부인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유익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만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책무를 그나마 하고 있다는데 대해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국감을 통해 여야는 정책감사를 뿌리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정책감사의 본질은 '의원특권'을 내려놓고 피감기관에 대해 구태한 갑질을 자행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들로부터 특권을 누릴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성철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