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몰아닥친 구조조정의 한파 속에서 농협금융의 확장 경영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이 '몸집 줄이기'에 여념이 없는 데 비해 농협은행은 지점 수를 업계 최대 수준으로 늘리며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증권과 생명보험 부문도 업계 1, 2위로 각각 올라서는 등 농협의 급성장에 금융권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 은행, 몸집 키우며 대출·예금·펀드 모두 '1등'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저금리 추세 등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시중은행마다 점포 수를 줄이고 대규모 명예퇴직을 단행하는 등 구조조정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상반기 말 203개였던 한국씨티은행의 점포 수가 올해 9월 말 134개로 줄어드는 등 씨티·SC·하나·국민·신한·외환·기업·우리은행 등 8개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1년여 동안 270여개나 감소했다.

전체 점포의 5%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의 임직원 수는 2천명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은행권 구조조정이다.

농협은행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말 1만4천600여명이던 임직원 수가 올해 9월 말에는 1만5천700명 가량으로 늘었다. 농협본부에서 건너온 800여명의 IT 직원을 제외하더라도 300명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에 점포 수는 1천184개에서 1천195개로 늘어났다. 이 기간에 국민은행의 점포가 40개 가까이 줄어 1천161개로 축소된 것과 대조된다. 은행권 부동의 1위였던 국민은행을 제치고 농협은행이 점포 수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커진 덩치를 과시하듯 농협은 공격 경영을 펼쳤다.

"앉아서 손님 맞는 것밖에 못 한다"는 비웃음을 사던 농협이었지만, 올해 초 취임한 김주하 은행장이 차별 성과급제 등을 도입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농협의 예금 증가액은 11조4천억원으로 5조1천억원에 그친 2위 우리은행의 2배가 넘는다. 대출(8조1천억원), 펀드(1조2천억원), 퇴직연금(4천600억원) 모두 증가액 1위를 차지했다. 다른 은행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총자산도 KB 제쳐…"지배구조 안정·방대한 영업망 덕분"

농협의 공격 경영은 은행 뿐이 아니다. 생명보험과 증권 또한 급성장하고 있다.

다른 생보사의 견제로 2017년까지 판매하지 못하는 변액보험과 퇴직연금을 제외하면 농협생명의 수입보험료는 이미 삼성생명에 이어 업계 2위까지 올라섰다. 2012년 초 출범 당시 4위였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수익성 악화로 다른 생보사들이 구조조정에 여념이 없을 때 1천명 가까이 설계사를 늘린 덕을 봤다. 출범 당시 전혀 없었던 독립 보험대리점과의 제휴도 지금은 120개로 늘었다. 은행 못지않은 공격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농협금융지주가 올해 4월 인수한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해 오는 17일 출범하는 'NH투자증권(가칭)'은 총자산 42조원으로 대우증권(28조원)을 제치고 단숨에 증권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를 반영해 지난해 말 금융그룹 중 5위에 머물렀던 농협금융지주의 총자산은 올해 상반기 말 311조원으로 3위까지 올라섰다. 지난해까지 감히 넘볼 수 없었던 KB를 제친 것은 물론 2위인 하나금융(315조원)과 불과 4조원 차이를 남겨두고 있다.

농협의 급성장 배경은 두 가지로 꼽힌다.

하나는 안정적인 지배구조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김주하 농협은행장의 '찰떡 궁합'은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임영록 KB금융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극심한 내분 사태로 그룹의 에너지를 다 소모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다른 하나는 방대한 영업망이다. 업계 최대의 농업은행 영업망과 더불어 4천600개에 달하는 농·축협 지점이 전국의 모든 시·군·구에 있다. 농협생명 신규 보험 가입의 75%가 이 농·축협 지점에서 이뤄질 정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의 브랜드 가치는 '안정성' 측면에서는 금융권 최고 수준일 것"이라며 "이러한 브랜드 가치와 안정적인 지배구조, 방대한 영업망 등이 농협금융그룹의 급성장을 가능케 했지만, 다른 금융그룹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더욱 치열한 경쟁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