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하는가를 보고 배우는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
한국 지도층 인사들
물질주의에 희생되고 있는
거대한 검은 흐름 바꾸어야


반두라(Bandura)의 '사회학습이론'이란 것이 있다. 인간의 행동은 보상이나 처벌로 학습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한 결과로서 이뤄진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반두라는 'Bobo인형의 공격성 비디오'를 통한 연구로 이를 증명했는데 4세 아동에게 커다란 인형을 때리고 차는 모델을 보여주고 아동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아동을 3개의 집단으로 분류하고 공격성을 측정했는데 A집단의 아동에게는 공격성이 칭찬을 받는 모델을, B 집단의 아동에게는 공격적 행동을 한 후 처벌을 받는 모델을, C집단의 아동은 중립적인 모델을 보여주고 반응을 살폈다. 영화를 본 후 A 집단의 아이들이 가장 공격적이었으며, B 집단의 아이들은 가장 적은 폭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대리학습은 평생에 걸쳐 일어나며 무의식적으로 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교육이론중에 천성론처럼 태생적으로 악한 유전자를 타고났기 때문에 교육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교육에 의해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믿는 이론도 있다. 그러나 나는 교육의 중요성을 믿는 사람이다. 사회적 교육은 모범이 되는 선열들과 훌륭한 인물들을 가르치고 배울 때 우리는 자부심을 가지며 "나도 그렇게 되고 싶구나"하고 배우게 된다. 반대로 나쁜 행동을 한 사람이 칭찬받고 벌을 받지 않는 것을 보면 '아 나도 그렇게 해도 되는구나'하고 죄의식을 느끼지 않게 된다.

가장 중요한 사회교육은 영어수학처럼 학교나 학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보고 배운다는 것이다. 이것이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이다. 똑같은 행동도 자신이 바라보는 모델의 위치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진다.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보다는 지도층 인사들의 행동이 더 영향력이 크고 좋아하는 탤런트의 한마디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현재 살고 있는 사회에서 지도자들의 행동과 말은 청소년들이 처한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교육적 모델인 것이다.

현재 한국의 청소년들은 무엇을 보고 배우고 있는가?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고 있는가? 우리가 좋아하는 OECD의 지표를 보더라도 한국은 선진국이다. 영아사망률이 1천명당 매년 3~5명으로 거의 최저고 평균 수명은 다른 선진국과 어깨를 같이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만든 휴대전화와 자동차가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는 등 경제지표는 세계 10위권에 달한다. 그러나 과연 한국은 선진국일까?

물질주의의 거대한 검은 물결이 우리사회를 덮고 있는 동안 우리는 많은 것을 또한 잃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물론 심지어 유명교회 목사들, 가장 환자의 곁에서 인술을 베풀어야 할 의료인까지도 거대한 사회적 흐름인 물질주의에 희생이 되고 있다. 이미 청소년 흡연율, 자살률, 1인당 음주 소비량, 10대 미혼녀 임신율, 계층간 갈등지표 또한 OECD국가중 수위를 기록하고 있다. 학연과 지연 중심, 목적보다는 수단 우선 주의, 돈과 권력이면 무엇이든 용서되는 21세기 한국의 배금주의는 그 흐름을 이제 멈춰야 한다.

지도층이 솔선수범하고 희생하고 배려하는 것을 가르쳐 줘야 하고, 가난하다고 무능력으로 비난을 받아서는 안되며, 성실과 정직한 사람이 칭찬받을 때 내 자식과 손자가 그것으로부터 배우게 되고 대한민국은 미래가 있다. 힘들어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감동하는 사회, 정직한 사람이 칭찬을 받는 사회, 잘못된 사람이 합당한 벌을 받는 사회, 그것이 한국사회가 가르쳐 주어야 할 교육이다. 그런 나라가 선진국이다.

생명존중의 사회로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 이러한 인간성 회복 흐름의 물결이 지금 우리의 손과 행동과 마음에서 시작돼 다음 세기 후손들에게 멋지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