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기 민선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뽑는 '6·13 지방선거'가 월드컵 열기와 정치 혐오증으로 투표에 관심조차 없던 유권자들의 대거 불참으로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보이면서 끝났다.

선거에 관심조차 없던 상당수 유권자들은 투표를 해야한다는 의무감만으로 투표소를 찾았지만 누가 나왔는지 조차 몰라 헷갈린 상태에서 투표직전까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고 얼굴과 이름도 모르는 광역및 기초의원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며 기표를 포기하기도 했다. 투표장마다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이 주류를 이뤘고 30~40대 중년층들이 간혹 모습을 보였을뿐 20대 유권자들은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회사원 박민희(20)씨는 “처음으로 투표권을 받았지만 출마한 사람이 너무 많아 누가 누군지 모르겠고 찍어줄 사람이 없어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표소는 한산했지만 용인 에버랜드와 과천 서울대공원, 인천시 남동구 장수동 인천 대공원 등 대부분의 유원지와 콘도 등에는 주말보다 많은 3만여명에서 5만여명의 행락객들이 몰려들어 임시 휴일을 즐겼다.

인천공항도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여행객들이 몰려들면서 출국장에는 100m정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했다.

◆ 선거구가 뒤바뀐 광역의원 투표용지 수천장을 선거관리위원회가 교부하고 유권자는 이를 알지 못한채 그대로 투표를 마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13일 성남시 분당구 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께 분당구 이매1동 제3투표소(안말초교)에서 투표용지를 교부받은 한 유권자가 도의원 출마자와 투표용지에 기재된 후보자의 이름이 다르다며 이의를 제기해 확인해본 결과 제5선거구와 제8선거구의 투표용지가 2천매씩 뒤바뀐 사실을 확인했다.

더욱이 제8선거구인 분당동 제3투표소에서 123명이, 제5선거구인 이매1동 제3투표소에서 91명이 서로 다른 선거구 투표용지에 이미 투표를 마친 것으로 드러나 유권자들의 무관심 정도를 반영했다.

또 선관위→동사무소→투표소로 투표용지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3차례나 확인작업을 벌였음에도 이들 투표소에 전달된 전체 투표용지(6천144매) 중 절반이 넘는 3천385매가 '사고 용지'인 점을 발견하지 못해 선거담당 공무원들조차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선관위측은 이미 투표를 마친 214장에 대해 무효처리키로 결정했으나 해당 광역의원선거에서 1, 2위 득표차가 214표 이내일 경우 법적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 “도대체 몇 장을 찍어야 되는거야? 내 평생 이렇게 많은 후보를 한꺼번에 찍는 건 처음이야.” 처음으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 광역의원 투표제가 도입돼 총 5장을 기표한 이번 선거에서 투표방식이 너무 헷갈린다며 중장년 및 노인층 유권자들로부터 볼멘 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인천시 부평구의 김점례(74·여)씨는 13일 오전 나들이를 나가듯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투표장에 입고 나갈 한복을 준비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오전 9시 투표소를 찾은 김씨는 투표종사원에게 신분증을 보이고 색깔별로 구분된 3장의 투표용지를 받았으나 색맹인데다 시력까지 좋지 않아 기표소로 들어가기전 한참동안 멈칫거렸다. 김씨가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며 볼멘소리를 내자 투표참관위원이 다가가 투표방법을 자세히 설명한뒤 직접 기표소 안까지 안내했다.

1차 기표를 마친 김씨는 다시 2장의 광역 및 기초단체장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2차 기표를 마치고 나와 “너무 힘들어 앞으론 투표도 못하겠다”며 투표소를 빠져나왔다.

이 노인이 곧장 달려간 인근 노인정에 투표를 마치고 모인 노인들은 하나같이 복잡한 투표방식을 화제로 삼아 불평들을 늘어놓았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