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철학자 베이컨은 "건강한 육체는 영혼의 거실이고 병든 육체는 영혼의 감옥이다"고 했다. 또한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도 있다. 청소년에게 맞춤형 잠언처럼 들린다. 필자는 초등학교 가을운동회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갖고있는 세대다. 당연히 운동회 문화에 대해 특별한 애정과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는 경기교육의 약속인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마을교육공동체'와도 맥을 같이 한다.

이를 테면 학교 문화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층가치를 유지 보전하며 확대 재생산해 사회문화적 변동성을 줄이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초등학교 운동회는 학부모와의 어울림 한마당이 돼야 하고, 지역축제의 장인 동시에 소통의 공간이 돼야 한다.

널찍한 운동장의 함성, 잘 다듬어진 정원수 등 교내 곳곳에서 학생들이 흠향(歆饗)이라도 하는 기분일 것이다. 이 날만큼은 학부모와 선생님들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날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교원사회의 감정과 학부모 사회의 감정이 교집합을 이뤄 정서적 교감이 될때 계량화할 수 없는 교육적 효과성을 배증시키는 장을 이루기도 한다. 운동회 프로그램도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울리도록 계획돼 시대 감각에 어울린다는 평가다. 나이들은 세대는 처음 보는 초식(招式)과 품새에 탄성과 함께 만감이 교차한다.

자주 입어봐야 편한 옷이 되듯 학교 행사에 학부모가 자주 참여해야 어색하지 않고 교육공동체로서 소속감과 책임의식도 고양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한 경기였다. 경로심 함양과 함께 어린이·학부모·노년층의 조화로움에 운동회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분위기였다. 그들은 인생의 우생마사(牛生馬死) 교훈의 산증인으로 운동회를 통해 소외감이 아닌 대우받으며 참여한다는 기분에 인자하고 선한 웃음으로 보답했다.

본교뿐 아니라 여러 학교의 운동회를 참관하면서 느낀 운동회 문화의 발전적 방향에 대해 제언해 본다.

첫째, 초등학교 시절에 체험할 수 있는 필수종목을 요망한다. 예를 들면 고전무용·현대무용·꼭두각시·곤봉체조·동네별 학부모게임 등을 추가해 전통의 맥을 이어가게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운동회 자체를 명랑운동회 성격의 상업화된 기획사에 의뢰하는 것보다 선생님들이 숙의(熟議)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프로그램 운영을 희망해 본다. 셋째, 교직원·운영위원회·학부모회·동문회까지 공동 주관해 학생을 위한 항심(恒心)과 초심을 바탕으로 지역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되게 하길 원한다.

생리학자 이대택(국민대) 교수는 '영양시대의 종말'에서 "할머니 장바구니처럼 덜 가공된 음식을 먹는 게 가장 건강하다"고 했다. 운동회도 덜 가공된 전통을 살리면서 현대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착근되기를 기원해 본다.

/이훈희 평택 부용초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