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부산 동래구 충렬사 앞에서 금정고 2학년 학생들이 3박4일 일정으로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관광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부산에서 첫 수학여행이다. 학교 측은 260여 명의 수학여행단에 인솔교사 이외에 안전요원 2명을 배치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동안 중단됐던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이 2학기 들어 재개됐다.

학창 시절 추억거리로 첫 손 꼽히는 수학여행은 최근 몇 달 새 안전, 소규모 이동, 해외 자제 등에 중점을 두고 진행 중이다.

교육부와 각 지역교육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학교 스스로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 철저한 '안전 점검'

최근 경주로 수학여행 겸 현장체험학습에 나선 포항의 한 고교는 학생들이 묵을 숙박시설을 미리 찾아 안전 문제를 꼼꼼히 챙겼다.

정식으로 허가받은 시설이지만 교사들이 숙박업체로부터 받은 숙소의 최근 1년 이내 소방, 전기, 가스, 위생시설, 비상대피로 안전점검 결과를 직접 확인했다.

교육당국의 매뉴얼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는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선 교육청도 수학여행운영지원단(제주교육청), 체험학습지원단(강원교육청), 수학여행지원단(대전교육청)을 꾸리거나 교사와 학생의 여행자보험 가입을 의무화(경기교육청)하는 등 안전 확보에 비상이다.

경찰 또한 수학여행단을 태운 관광버스 기사를 상대로 음주 여부를 철저히 단속하고 있다.

◇ 소규모로 흩어져…해외는 자제

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수학여행은 사라지는 추세다.

교육부가 제시한 대규모 단체 여행의 기준은 150명.

이에 따라 일선 학교들은 주로 학년별로 2~3개반씩 조를 나눠 100명 미만의 소규모로 수학여행에 나서고 있다.

1·2·3반이 충청도로, 4·5반은 전라도로 간다. 수학여행 장소가 다를 뿐 아니라 일부 학교에서는 날짜까지 다르게 조정하고 있다.

경북지역에서는 작년에 4개 학교가 해외로 수학여행을 다녀왔지만 올해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가을에 초등학교 1곳이 해외 수학여행에 나서지만 그나마 수 년 전부터 계획했던 프로그램이어서 어쩔 수 없이 추진하는 경우다.

부산의 경우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교의 90%는 국내 여행을 하고 특목고 중 일부만이 자매학교 방문 형태로 해외를 찾았다.

서울, 경주 등 전통적인 수학여행지가 다시 각광을 받는 가운데 학교 인근 지역으로 문학기행, 자연관찰, 역사탐방 식의 현장체험학습을 떠나는 일이 늘고 있다.

◇ 수학여행 안 가는 학교도 많아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학교가 눈에 띄게 늘었다.

강원도 지역의 경우 전체의 38%를 차지하는 240개 학교가, 경북지역에서는 전체의 절반 가량인 460여개 학교가 올해 수학여행을 가지 않을 계획이다.

전북지역도 전체의 40% 가량인 315개 학교가 수학여행을 취소하거나 아직 계획을 잡지 않고 있다. 울산은 전체 240개 학교 가운데 105개 학교가, 세종시는 전체 49개 학교 중 25개교가 여행을 포기했다.

대구에서도 올들어 수학여행을 다녀왔거나 조만간 일정이 잡힌 학교는 약 70개교로 예년에 비해 절반 정도로 줄었다.

안전 문제가 가장 큰 이유지만 150명 이상 단체로 움직이는 수학여행은 학생 50명에 1명씩의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하는 등 교육당국이 제시한 절차가 무척 까다로워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각급 학교가 수학여행 안전을 확보하는 데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고 학부모들도 걱정이 많아 수학여행을 추진하는 게 상당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