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신해철이 심장 이상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27일 오후 8시 19분 끝내 세상을 떠났다. 향년 46세. 신해철은 지난 22일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었다.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밴드 무한궤도 보컬로 데뷔한 신해철은 솔로 가수와 밴드 넥스트로 활동하며 '그대에게',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재즈 카페', '인형의 기사' 등의 히트곡을 냈다. /연합뉴스
27일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46)은 1990년대 록음악의 대중화를 이끈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다. 

신해철은 서강대 재학 시절이던 1988년 친구들과 함께 밴드 '무한궤도'를 결성해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하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무한궤도가 불러 대상을 받은 곡 '그대에게'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대학교 축제나 운동 경기의 단골 응원 레퍼토리로 활용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무한궤도 해체 이후 1990년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한 신해철은 빼어난 외모와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안녕' 등 신선한 음악으로 젊은 층의 인기를 끌었다. 

이후 신해철은 이듬해 발표한 '마이셀프' 앨범에서 '재즈카페', '나에게 쓰는 편지', '내 마음 깊은 곳의 너'와 같은 노래를 통해 그는 당시 유행하던 대중가요와 차별화 된 음악 스타일으로 자신만의 개성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솔로 뮤지션으로서 성공을 거둔 신해철은 1992년 록밴드 '넥스트'를 결성했다. 넥스트는 1997년 해체되기까지 1~4집을 발표하며 1990년대를 대표하는 록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넥스트는 '도시인', '날아라 병아리',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먼 훗날 언젠가', '해에게서 소년에게',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 등 숱한 명곡을 탄생시키며 록음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신해철이 창작을 주도한 넥스트의 음악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나 철학적 사유를 토대에 두면서도 높은 음악적 완성도도 놓치지 않아 새로운 차원의 록밴드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7년 "더 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다"며 밴드 해체를 선언한 신해철은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음악과 프로듀싱을 공부했다. 

유학을 전후해 신해철은 '크롬', '모노크롬',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이름으로 팀 또는 개인 활동을 벌이며 전자 음악 사운드를 접목한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였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신해철은 다시 꾸린 넥스트와 솔로 뮤지션으로서 앨범을 꾸준히 발표했다. 이 시기 신해철은 이전과 같은 대중성은 유지하지 못했지만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신해철은 미스코리아 뉴욕 진으로 본선에까지 오른 바 있는 윤원희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부인의 암투병 사실을 알고서 결혼한 사연이 전해지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신해철은 1990년대 중반 MBC FM 라디오 프로그램 '음악도시'의 초대 디제이로서 진행을 맡았고, 2000년 초에는 SBS 라디오 '고스트스테이션' 진행을 맡아 팬들과 소통했다.

진솔함과 탁월한 언변으로 무장한 신해철의 진행솜씨는 라디오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신해철은 음악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민감한 사회 이슈에 대한 의견 표명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MBC '100분 토론'에 여러 차례 출연해 간통제 폐지를 찬성하거나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2002년 대선 당시에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뮤지션과 라디오 디제이, 논객으로서 보여준 카리스마로 팬들은 그에게 '마왕'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성향과 발언의 과감성 때문에 신해철의 음악적 성취와 별개로 반감을 표명하는 누리꾼도 적지 않았다. 1989년 대마초 흡연 사건에 연루되면서 구속됐던 것도 그의 오랜 '약점'으로 남았다. 

지난 6월 신해철은 오랜 공백을 깨고 솔로 6집 '리부트 마이셀프'(Reboot myself)를 발표하고 '넥스트유나이티드'를 꾸려 공연을 개최하는 등 음악 활동에 재시동을 걸었다.

또 싱어송라이터 윤종신, 진중권 교수 등과 JTBC 토크쇼 '속사정 쌀롱' 출연을 예정하며 방송 활동에도 박차를 가하려던 차였다. 

신해철은 앨범 발매 당시 인터뷰에서 "내 나이가 마흔여섯이다. 아직도 살 빼라는 요구를 받는다는 것이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쁘게 복귀를 발표했지만 끝내 건강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1990~2000년대를 그의 음악과 함께 보낸 수많은 '로큰롤 키드'들은 이제 신해철에게 갑작스러운 작별 인사를 해야 하는 슬픈 순간을 맞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