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들은 불안에 떨게 되고, 언론과 전문가들은 사고의 원인에 대해 날 선 비판을 가해 왔다. 하지만 언제나 사고의 원인으로 꼽힌 것은 담당자의 업무처리 문제, 한마디로 인재(人災)였다.
인재와 관련해 최근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이 다름 아닌 '관피아'일 것이다.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인 관피아는 공직 은퇴후 산하기관에서 일하며 사정을 봐주는 경우를 일컫는다. 관피아가 문제되는 것은 무엇보다 청렴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공공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공공분야에는 국민의 안전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일들이 많다. 그렇기에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큰 피해와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게 된다. 자연히 공공에서는 공정한 청렴의식이 가장 필요한 덕목이 된다. 청렴하지 않으면 공적인 업무를 합리적으로 처리하지 못할뿐더러 국민에게도 많은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공공의 의미와 목적을 생각해 보면 청렴은 그 가치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비리나 부정으로 얼룩진 이면이 종종 보도되면서 국민들이 공공에 청렴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 청렴에 대한 바람은 최근 영화계를 봐도 알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관객수 신기록을 경신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다. 영화의 줄거리도 좋았겠지만, 오늘날 청렴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아쉬움이 관객들의 발걸음을 영화관으로 향하게 한 것은 아닐까.
많은 사고로 공공의 신뢰가 다소 손상된 요즘, 선조의 청렴함을 보면서 교훈을 삼아야 한다. 이순신의 청렴함에 대한 일화를 떠올려보자. 그는 공직생활중 상관이 지인의 승진을 요청하자, 뚜렷한 공로없이 승진시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거절했고, 상관이 거문고를 만들고자 관내의 나무를 베도록 지시하자 사사로운 일로 나라의 것을 훼손할 수 없다며 거부한 일화도 있다. 그의 청렴하고 올곧은 성품은 사람을 감동시켰고 전장에서도 발휘돼 불리한 상황에서도 부하들이 믿고 따라 힘겨운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청렴은 공직자가 갖춰야 할 덕목임과 동시에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힘겨운 상황도 이겨낼 수 있는 가치가 아닐까싶다. 오늘날과 같이 사회가 다변화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시대에는 더욱 청렴이 중요하게 생각된다. 다행인 것은 정부와 공공기관은 지속적으로 청렴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정기적으로 청렴도를 조사하고 발표해 공공기관의 청렴을 독려 및 감독하고, 공공기관도 청렴을 강조하며 직원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렴은 예나 지금이나 공직의 제일 가는 덕목이다. 나쁜 일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선조의 올곧은 심지는 온고지신 (溫故知新)으로 삼으며 청렴한 일처리에 매진한다면 공공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것도 먼 일은 아닐 것이다.
/김문섭 K-water·한강통합물관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