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도서관 도서 대출권수가 지난 10년간 10만권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최근 대학생들이 대출한 도서목록을 분석한 결과, 대학 교재가 절반이나 차지했다. 대학 도서관이 위기를 맞고 있다.

28일 인하대에 따르면 정석학술정보관 도서 대출권수는 2004년 30만9천29권에서 지난해 20만807권으로 떨어졌다. 10년동안 무려 10만8천222권이나 줄었다. 인하대의 올 1학기 도서 대출권수도 10만5천212권에 불과해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이게도 인하대 학생들이 볼 수 있는 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하대 도서관이 소장한 장서수는 2008년 130만838권에서 지난해 158만2천25권으로 28만1천187권이 늘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지난해 인하대 학생들이 도서관에 소장된 책을 12.6%밖에 이용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기 위해선 도서관 장서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독서의 질이 떨어지는 것도 큰 문제다. 지난 20~24일 인하대 학생들이 대출한 책 3천94권 가운데 1천449권을 분석한 결과, 49.4%(711권)가 개론·원론·총론 등 수업 관련 교재였다.

반면 철학 분야 서적을 빌려간 학생은 2.9%(43권), 역사 분야는 2.6%(38권), 시는 1.2%(18권) 등 인문학 서적 대출권수는 턱없이 적었다. 그나마 판타지·무협 장르를 제외한 국내외 소설 대출이 11.8%(170권)로 나머지 다른 분야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같은 시기 인천대학교 학산도서관에서 대출된 책 1천314권 중 561권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39.7%(223권)가 대학 교재였다.

인하대 정석학술정보관 관계자는 "학생들의 도서 대출을 권장하기 위해 기존 5권이던 대출 가능 도서를 10권으로 늘리고, 권장 도서인 '정석 100선'을 선정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며 "대출권수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사회적인 흐름상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