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열린 2014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와 한신 타이거스의 일본시리즈 3차전 경기. 소프트뱅크 이대호와 한신 타이거스 오승환이 경기 시작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후쿠오카=연합뉴스
일본 프로야구에 연착륙해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 중인 오승환(32·한신 타이거스)과 이대호(32·소프트뱅크 호크스)가 해외 진출을 노리는 후배들에게 의미 있는 조언을 했다.

조언에도 둘의 성격이 드러난다. '돌부처'처럼 위기의 순간 무표정하게 팀 승리를 지키는 오승환은 '평정심'을, 적극적으로 팀의 리더 역할을 하는 4번타자 이대호는 '자신감'을 강조했다.

오승환은 일본시리즈 3차전이 열린 29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외국인 선수는 '미래'가 아닌 '현재'다"라며 "자신이 가진 것을 바로 보여줘야 한다.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게 참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구단이 관심을 보였다면 그건 해당 선수의 현재 실력에 만족하고 있다는 의미다. 성장 가능성을 보고 거액을 들여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하며 "한국에서 보여줬던 실력을 여기에서도 빨리 보여주는 게 중요한데 달라진 환경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것을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을 더했다.

물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작은 변화도 필요하다. "나도 일본 야구와 일본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게 참 힘들었다"고 고백한 오승환은 "어차피 밥을 먹는 것도 '야구를 잘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며 "현지 생활에 빨리 적응할수록 야구하는 게 편하다"라고 말했다.

오승환은 한신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그는 "일본어를 계속 배우고 있다"며 "인터뷰할 때는 쑥스러워서 일본어를 쓰지 않지만 선수들과는 안 되는 일본어라도 쓰며 대화하려고 한다. 불펜에 함께 있는 후쿠하라 시노부, 안도 유야와 자주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자신의 것을 지키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자세가 오승환의 일본 무대 첫해 성공을 이끌었다. 오승환은 "한국 야구가 일본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라며 "한신 젊은 선수들에게 한국 야구의 장점을 전수하고 나도 베테랑 선수들에게 일본 타자의 특성 등을 물어보고 열심히 배웠다"고 설명했다.

이대호는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기회가 있을 때 오라.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롯데 자이언츠에서 함께 생활한 왼손 투수 장원준(29)을 예로 들었다.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장원준은 일본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대호는 "한국에서 통하는 선수는 일본에서도 통한다"며 "원준이에게 직접 이야기한 적도 있다. 원준이는 140㎞대 직구를 던지고 슬라이더·체인지업이 좋은 투수다. 일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후배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선발이 대체로 5일 쉬고 등판한다"고 전하며 "일주일에 한 번꼴로 등판하니 선발 로테이션에만 들어간다면 충분한 휴식 속에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구체적인 설명을 곁들이기도 했다.

김광현(26·SK 와이번스)과 강정호(27·넥센 히어로즈)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고,양현종(26·KIA 타이거즈)과 장원준은 일본 무대 입성을 노리고 있다.

선동열 전 KIA 감독과 임창용, 이승엽의 일본 시절 활약은 오승환, 이대호의 일본 진출을 한결 수월하게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오승환과 이대호는 일본 무대에서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세우며 후배를 위해 해외진출의 문을 더 활짝 열어줬다.

/후쿠오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