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인 특성으로 인해
소수자 요구 무시될 수 있어
노인등 재해약자 구호위해
민간 안전복지서비스의
역량이 강화될 필요성 있다
'2014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총 인구의 12.7%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2008년 10%를 넘어선 후 2026년 20%에 접어들 전망이다. 앞으로 12년쯤 후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인 시대가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는다. 한 가지 이상의 만성퇴행성 질환을 갖고 있으며 감각기능과 운동기능의 저하로 노인성 질병과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다. 각종 재해 상황에서의 취약성은 물론 일상생활이나 이동 중에도 안전이 확보돼야 하므로 안전은 노인복지의 핵심이다.
노인들에게 있어 각종 재난과 사고는 건강상태와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사건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파괴한다. 비교적 건강하던 노인들도 사고를 당하면 회복이 지연될뿐 아니라 신체의 퇴행과 노화가 촉진돼 활동과 생활에 불편을 겪게 된다. 또한 자기관리 능력의 변화·고통·의료비용 증가 등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노인은 어린이와 달리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교육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대상이다. 노인의 만성질환이 생활양식이나 습관과 관련돼 있듯이 운수사고·추락사고·익사사고·화재사고·중독사고 등 각종 재난·사고도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것이 안전한 노후설계를 유도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인 안전복지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안전복지란 인간 고유의 기본 욕구로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다. 사전에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하는 예방적 복지며 사회변화에 따른 새로운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능동적 복지로서 복지 공동체 실현을 목표로 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노인문제중 정작 심각한 안전에 대한 사회적 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노인 안전분야에 대한 국내 수준은 아직 개념정립에서 실천적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제 본격적인 고령사회 진입을 고려할 때 재해 약자인 노인들에 대한 종합적이며 실질적인 노인 안전복지서비스 강화가 필요하다. 노인 안전복지는 생활안전영역과 재난안전영역을 모두 망라해야 하며, 바람직한 안전복지 장치로 기능하기 위해 종합적이고 적절하며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노인들의 생활안전에는 주거·교통 환경은 물론 일상적인 소비용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사용 또는 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문제가 모두 포함돼야 하며, 가정·노인복지시설 그리고 지역사회로 구분해 각 영역별로 적절한 노인 안전복지대책이 추진돼야 한다. 더불어 노인 생활안전사고 사례를 포함한 보다 광범위한 노인생활 안전사고에 대한 자료의 수집과 원인분석을 통해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교육기관·민간단체 등에서의 노인생활 안전사고 예방교육·정보제공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정보공유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노인은 재난으로 인한 상실로 인해 심리·정서적 외상을 더 많이 경험하며 심지어 대피경고 이후에도 집을 잘 떠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화재·홍수·지진 등 긴급사태에 대비해 특히 노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를 재난안전영역으로 구분한다면 종합적인 재난관리 단계별 프로세스를 구축하되 노인 보호를 수행하기 위한 안전지도, 복지지원 조직의 기능을 확충·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재난상황에서 노인을 신속하게 보호할 수 있는 민간 전문구호요원들을 양성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아쉽게도 행정기관의 구호활동은 경직되고 획일적이며 명령과 통제가 주요한 조직원리로 작동하는 특성으로 인해 노인과 같은 소수자의 요구를 무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노인 등 재해약자에 대한 구호활동을 응급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민간 안전복지서비스의 역량이 강화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각종 재난·사고는 예방이 최상이며 불가피할 경우 피해의 최소화가 차선이다. 고령화사회를 지나 고령사회를 앞두고 안전에 취약한 노인에 대한 안전복지서비스 체계의 확립에 모두가 공감하길 기대한다.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