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공무역보다 민간 역사영향
역사는 영웅이나 하나의 사건으로 발전하는 게 아니라 저변에 깔린 소소한 역사들이 모여 발전하는 것이다.
윤승준 인하대 사학과 교수는 지난달 28일 열린 인천시민인문학강좌에서 '비교사적 관점에서 본 해양 교류'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윤 교수는 '아날학파'를 창시한 역사학자 브로델(Fernand Braudel·1902~85)을 소개했다.
브로델은 저서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와 지중해 세계'를 통해 지중해 역사를 소상히 밝혔다. 그는 지중해를 둘러싼 거대한 역사의 흐름이 아니라 풀·열매·날씨 등 어찌보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부분들을 다뤘다.
스페인 야산의 올리브, 매일같이 노새와 낙타를 타는 베르베르 유목민, 봄·가을의 강우 등 자연환경이 차곡차곡 쌓여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지중해 역사도 마찬가지다. 작은 배들과 바다 사람들이 모여 연결망을 구축했고 그것이 역사가 됐다. 브로델은 "인간의 지중해는 이들 인간의 창의력과 노동과 노고가 계속해서 그것을 만들어내는 한에서만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교통로는 곧 도시가 된다. 교통로는 잘 짜인 역사의 하부구조다. 그러나 교통로는 육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들 중국과 우리나라는 '조공무역'을 통해 교류했다고 알려졌지만, 이미 바다를 통해 상인들이 활발히 교류하고 있었다. 육지 중심의 '사건'이 역사를 주도하는 게 아니라 바닷길을 통해 차곡차곡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역사를 주도하는 것이다.
다음 6강은 오는 11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윤명철 동국대 교수가 강사로 나와 '한민족의 해양활동과 21세기 해륙국가론'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