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는 100% 보리만을 증류해 숙성시킨 싱글몰트(Single Malt), 보리 외에 다른 곡류를 섞어 증류한 술인 그레인(Grain), 싱글몰트와 그레인을 섞은 블렌디드(Blended)로 분류한다. 하루키는 오직 싱글몰트 위스키, 로우랜드·하이랜드·스페이드 사이드 증류소에서 만든 싱글몰트보다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진한 토탄(土炭)향이 배어있는 아일레이 위스키에 대한 찬사로 책 한권을 가득 채웠다. 스코틀랜드에 여러개 싱글몰트 증류소가 산재돼 있는 건 맑은 샘물과 지류, 비옥한 토양, 풍부한 일조량 때문이다. 길게는 50여년 동안 오크통에서 인내의 시간을 보내며 숙성을 거치는 동안 바람과 햇볕, 산과 바다의 흔적이 고스란히 술 속에 스며든다. 우리 귀에 익숙한 위스키 제조사 맥캘란, 글렌피딕, 글렌리벳 등이 이 곳에 있다.
세계적인 위스키 가이드북 '위스키 바이블 2015'가 일본 산토리의 싱글몰트 위스키 '야마자키(山崎) 셰리캐스크 2013'을 올해 위스키 1위로 선정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위스키 평론가인 짐 머리는 100점 만점에 97.5점을 주면서 '표현할 수 없는 천재성' '대담하고 절묘한 향'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은 환호했지만 위스키 종주국 스코틀랜드는 경악했다. 더욱이 스코틀랜드산 위스키는 상위 5위 안에 한개도 들지 못했다. 위스키를 '생명수'라고 부르며 종주국의 자부심이 하늘을 찌르는 스코틀랜드로선 충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영국 언론은 '이제 겸손할 때'라고 주문했다. 아일레이를 위스키의 성지(聖地)라고 극찬하며 호들갑을 떨었던 하루키는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