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능이 너무 쉬운 '물 수능'이라지만 물 수능이든 불 수능이든 요란한 연례행사다. 수능생 교통전쟁, 출근시간 증시개장 늦추기, 확성기 전투기 소리 금지, 산상 기도 경연, 역술가 상술(商術) 가세도 그렇지만 65만 수험생과 가족 친척 등 1천만은 신경이 곤두선다. 결과의 희비쌍곡선에다가 문제 오류는 또 뭔가. 지난해엔 세계지리, 금년엔 생명과학, 내년엔 또? 이제 대입 설명회가 인산인해란다. 대학 뚫기 경쟁과 이른바 '스펙(Spec) 쌓기' 레이스가 벌어진 것이다. 졸업 후 구직자의 학력 학점 토익 행적 등이 스펙 쌓기라지만 Spec의 specification은 열거, 상술(詳述), 명세서, 설명서라는 뜻일 뿐 외국에선 그런 Spec의 뜻으로는 쓰지 않는다. 그냥 명세서, 설명서고 작은 얼룩, 반점, 작은 알갱이, 입자라는 뜻도 있는 게 spec이다.

대체, 스펙 쌓기가 그리도 중요한가. 대체적으로 그렇고 사회진출에 '필요한 조건'임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스펙이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은 결코 못되고 아니다. 굴지의 천재 셰익스피어는 14세까지 교육을 받았고 '팡세'의 천재 파스칼은 독학, 발명왕 에디슨은 초등교육 몇 년간 꼴찌만 했다. 현대사만 봐도 노벨문학상 작가인 영국의 버너드 쇼와 스웨덴의 욘손(Jonson)은 초등학교만 나왔고 타나카(田中角榮) 전 일본 총리, 메이저 전 영국 총리도 고졸이다. 학력이 없거나 시원찮은 인류사의 위인, 천재는 헤아릴 수도 없다. 같은 학력이지만 '學歷≠學力'이다. 근본적으로 다르고 전혀 질이 다르다. 더구나 스펙 철폐가 시대적 추세다. 삼성 등 굴지의 기업이 중요시하는 건 자질, 독창성, 가능성 등이지 스펙이 아니다.

미국은 10대 CEO 시대다. 스마트 폰을 겨냥한 APP(application)―응용 개발, 3D 프린트 활용의 10대 창업이 유행이다. 'bread & butter software'라는 흥미로운 회사명의 16세 CEO 폴 대나프 군(코네티컷 주)은 9살부터 APP을 개발, 12세에 애플 제품에 APP 제공을 개시해 하루 800달러 매출을 올린다는 게 엊그제 CNN뉴스였다. 작년 봄 창업한 뉴욕 주의 드류 베라이 군(18)은 손목시계 카버 제조회사 CEO고. 우리 애들도 그리 할 거다. 다 저 하기에 달렸고 장래도 걸렸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