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까지의 죽음을 '요절(夭折)' 또는 '요사(夭死)' '횡요(橫夭)'라고 했다. 50은 돼야 요절을 면한다고 해서 '면요(免夭)'라고 일렀다. 하지만 21세기 오늘이야 100세 시대다. 70대에 죽어도 '아쉬운 나이'라고 말하고 80대는 돼야 '어지간히 살았다', 90대에 떠나야만 '장수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게 요즘이다. '구구팔팔이삼사'라는 노장들의 건배사도 '구구팔팔이삼일'로 바뀌었다는 거다. 99세까지 팔팔하다가 2~3일 앓고 죽는 게 아니라 2~3일 앓다가 다시 일어난다는 거다. 왜? 그야 100살 마저 채우기 위해서. 더구나 100세 이상 노인의 80%가 여자라고 했건만. 그렇다면 '어깨 위에 날개만 없는' 청순한 미소 천사 김자옥의 63세 기세(棄世)는 아깝고도 아쉬운 요절이 아닐 수 없다.
그녀의 부친 김상화(金相華)는 중학교 음악교사였고 '청춘묘지' '제비는 부음(訃音)처럼 날아가고' 등 써늘한 시를 쓴 시인이자 평화신문 문화부장을 지낸 멋쟁이 언론인이기도 했다. 그가 죽기 전 딸에게 남긴 시가 있다. '콩알만 한 우리 자옥이/ 바람이 불면 어쩌나/ 자옥이 가는 길에 아픔 없어라…' 그런 아버지를 성급하게 저승으로 찾아간 딸을 보는 첫 마디가 뭘까. 그의 시 '도망간 지구의 슬픈 아들'이 아니라 '슬픈 딸'이라고 할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