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가올 미래사회를 생각하면, 흔히 모든 인간생활에서 자동화 시스템이 지배하는, 마치 공상영화의 한 편을 쉽게 연상하게 된다. 손가락 하나만 까딱 하거나, 입으로 또는 생각으로 명령내리면, 입맛에 맞게 저절로 척척 해주는 세상! 이런 세계에 접근하고 있는 현실, 즉 임베디드 소프트웨어(Embedded software)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가령 자동차를 구입하려고 할때, 지금은 안전성과 부가적 고급기능·연비·멋진외관 ·승차감·경제성 등을 우선 고려한다. 앞으로는 어떠할까? 똑똑한 자동차, 즉 스마트 자동차를 구매요건의 첫번째 사항으로 꼽을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스마트카는 목적지를 입력하면 최적의 단거리로 위험 및 돌발상황을 스스로 대처하며, 안전하게 데려다준다.

특히 의료분야에서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건강검진을 기계와 알고리즘이 조만간 대체할 것이라고 한다면 비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10년안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의 의료정보만 정확히 입력하면 자동으로 처방전까지 제시하는 알고리즘은 의료산업속 깊숙이 파고든 상태다. 아직 진단의학분야에 국한돼 있긴 하지만 웬만한 진료는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현실 모두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기술발전 추세에 비례한다. 이들 기술은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데이터 마이닝이 결합된 형태를 띠고 있다. 수십·수백만명의 세세한 의료데이터가 수집되면 알고리즘은 그 패턴을 분석해 환자의 상태를 진료하는 방식이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생활문화도 변화시키고 있다. 바로 애완로봇이다. 노령화 인구층이 두터운 일본은 이미 10년 전부터 애완로봇 개발이 왕성했다. 선두주자는 가전제품회사인 소니(sony)였다.

생명이 유한한 애완동물과 친숙해질 때, 가족과 같은 애완동물이 죽음에 이르면 얼마나 슬플까? 이 점을 착안해 소니사는 고독하고 외로운 노인들에게 애완로봇이 말동무를 해주는 동반자로 탄생시킨 것이다. 이제는 기능이 진보돼 노인들을 위해 다양한 일을 해준다. 치매를 예방해주는 '실벗로봇', 달걀처럼 생긴 이 로봇은 노인들이 문제를 맞힐 때마다 아낌없이 칭찬을 보낸다. 로봇청소기에 이어 요리사 로봇도 등장할 것이다. 인간의 심리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가 개발한 물개로봇 '파로'가 대표적이다. 사람이 만지거나 안으면 물개소리를 내거나 눈을 뜨는 등 반응을 한다.

미국에서는 파로가 2급 의료기기로 인정돼 요양원 등에 대량 보급되고 있으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 당시 홀로 남은 독거노인들에게 보급돼 큰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우주에서 활동하는 우주 비행사의 말벗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작은 로봇 '키로보'를 개발했다. 작은 휴머노이드형 로봇인 키로보는 대화가 가능해 우주 공간에 있는 우주인의 심리적 안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와 같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기술의 발전은 무궁무진하며 우리들의 생활과 삶도 바꿔가고 있다.

/김경복 경복대학교 컴퓨터정보과·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