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 과정'부터 글러빠진 말이다. '세상 과정'이라니! 3~5세 아이들이 아니라 온갖 세상 풍파를 다 겪고 살아온 80~90대 노인들의 '노인정 간판'에나 딱 어울릴 말이 바로 누리 과정의 '누리정(亭)'이다. 그토록 무덤 속 고어를 발굴해 쓰기를 좋아한다면 '사람'은 왜 옛날 '아래 아'를 붙여 '살암(살암)'이라 하지 않는가. '아침'의 고어도 '아참'이고 '남자'의 고어는 '남진', '놀이→노리' '뿌리→불휘' '샛별→새별' '나비→나뷔, 나븨', 국유재산도 '나랏쳔'이다. 중국인에게 '누리'는 '奴隸(노예)', 일본인의 '누리'는 개칠, 먹 칠, ×칠 등의 '칠'이고. 고어가 아닌 우박과 메뚜기도 '누리'다. 그런데 '누리꾼'은 또 뭔가. '꾼'이란 씨름꾼 장사꾼 노름꾼 구경꾼 등 어떤 일을 전문적 습관적으로 하거나 몰두하는 사람이다. 누리꾼→'세상꾼'이 말이 되는가?
더욱 알 수 없는 건 엊그제 서울가정법원 1층에 이혼가정 아이 면접 교섭센터인 '이음 누리'가 개설됐다는 거다. 이음 누리라면 '이음 세상'이란 말인가. 세상을 잇다니! 이승과 저승을 잇기라도 하는가? 국회 새해 예산심의에선 또 '누리 과정(세상 과정)' 예산 편성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고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당도 이제 많이 낡았으니 그만 '헌 누리당' '헌 정치당'으로 바꾸는 게 어떨까. 아무튼 참을 수 없이 흥미로운 게 '누리'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