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지원 완전히 끊겨
남은 가족들 '발만 동동'
"나라가 국민 죽이겠다는 것"
가족대책위도 반대 회견
정부, 향후 TF 구성 대책 논의


세월호 범정부사고대책본부 운영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진도체육관 주변은 썰렁했다. 한동안 진도 일대를 뒤덮었던 추모의 노란 리본은 찾아볼 수 없었고 수천명의 자원봉사자로 북적거리던 거리와 거리마다 빼곡히 설치됐던 봉사 부스도 자취를 감췄다.

남은 남은 가족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천막 두곳만이 그나마 세월호 참사 현장임을 짐작하게 했다.

진도 체육관에는 이날도 자원 봉사자 25명이 남아 실종자 가족들을 돕고 있었다.

김건주 안산시 자원봉사팀장은 "대책본부에서 19일 점심까지만 근무하고 철수하라고 했다"며 "20일에는 모든 부스가 없어진다"고 전했다.

대책본부도 이날 자정을 기해 해체되면서 지금까지 가족들을 도왔던 안전행정부, 안산시, 진도군 등 관계기관 공무원들도 철수하게 된다.

안산시 관계자는 "사고 이후 2박3일씩 안산시 모든 공무원들이 진도에 내려와 실종자 가족을 지켰지만 대책본부 해체 이후 어떤 방식으로 가족들을 도울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털어놨다.

대책본부 해체소식에 남은 실종자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박영인(18)군의 아버지는 아들의 초상화를 머리맡에 두고 7개월째 기다려 왔는데 해체소식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군의 아버지는 "태풍이 온 몇번을 빼고는 안산에도 가지않고 제자리를 지켰다. 한시라도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11일 수색이 종료된 이후에도 1주일이 넘도록 진도체육관(6가족)과 팽목항(2가족)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책본부까지 해체되면 사실상 진도의 가족들에 대한 지원은 완전히 끊기게 된다.

실종자 가족 권오복(60)씨는 "실종자 가족들 중 진도를 떠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진도에 남을 수 있도록 대책본부에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대책본부는 수중수색을 위해 꾸려졌는데, 수색이 종료된 만큼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졌다"며 "향후 해양수산부는 TF팀을 꾸려 인양에 대한 총체적인 검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되자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께 팽목항으로 내려와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본부 해체를 반대했다.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마지막 한 사람이 올 때까지 이자리에서 떠나지 않겠다"며 "수색중단 발표 이후 일부 가족은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인데 대책본부까지 철수하면 정부가 국민을 죽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책본부는 이주영 해수부 장관 주재로 이날 오후 마지막 회의를 연 뒤 가족대책위와 비공개로 면담, 향후 지원방향을 논의했다.

/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