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그 해엔 국어학자 이희승 박사도 별세했지만 신문은 2단 부음기사와 관련 기사 한 조각이었고 2001년 원로 여가수 황금심씨도 1단 기사와 관련 기사 한 쪽뿐이었다. 배우, 가수 등 대중의 영웅뿐 아니라 학자와 작가, 언론인 사망에도 우리 언론 반응은 미미하기 짝이 없었지만 요즘은 꽤 달라졌다. 그럼 '한국의 미소라 히바리'로 불리는 이미자 별세 때도 신문 호외가 뿌려지고 TV가 긴급 뉴스를 쏘아댈 수 있을까. 일본은 1998년 영화감독 쿠로사와 아키라(黑澤明)가 죽었을 때도 신문들은 호외를 냈고 1989년 그 해 만화가 테즈카 오사무(手塚治蟲) 사망 때와 작년 11월 대형 여가수 시마쿠라(島倉千代子·75)가 타계했을 때도 언론은 요란했다. 그런데 엊그제 원로 영화배우 타카쿠라 겐(高倉健·83)이 사거(死去)하자 아사히신문이 18일 또 호외까지 냈다.
그의 죽음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그의 별세에 애도를 표한다"고 했고 인민일보는 외신면 기사로 '일본 저명 남자배우(男演員) 까오창졘(高倉健) 거세(去世)'를 영화(追捕) 속 사진(劇照)과 함께 실었다. 문화적으로야 앙숙이 아님을 연출한 것이다. 존중할 건 존중하고 배울 건 배우는 게 낫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