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은 일곱 곳이 있다. 서점 한 곳의 책은 대충 헤아려보아도 수만권을 넘는다. 얼굴을 들고 한참 보고 있노라면, 책의 제목을 다 보기도 전에 눈이 어질어질해진다' 홍대용은 1765년 베이징 책거리 '유리창(琉璃窓)'에서 받은 충격을 '을병연행록(乙丙燕行錄)'에 이렇게 적었다. 유리창 방문은 당대 조선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던 꿈이었다. 18세기 일본에만도 300여개의 서점이 있었지만, 조선에는 단 한 곳의 서점도 없었으니 오죽했으랴.
1866년 병인양요때 강화도에 침략해 외규장각 도서를 강탈해 간 프랑스 군인은 귀국보고서에 '조선인의 집을 뒤지다보니 가난해 보이는데도 집집마다 서고가 있고 책이 가득 차 있어 자존심이 상했다'고 적었다. 우리 조상의 책사랑이 이런데, 우리나라 성인 독서량은 연평균 9.2권으로 193개 유엔회원국 중 겨우 161위다. 지난해 가구당 월 도서구입비는 고작 1만8천690원이다. 지독히도 책을 읽지않는 나라로 전락한 것이다.
오늘부터 도서정가제가 실시됐다. 벌써 자유로운 가격경쟁을 방해하고, 책값만 높아져 '제2의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금도 책을 읽지 않는데 도서정가제를 핑계로 도서 구입이 위축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유난히 공짜와 세일을 좋아하는데 할인 혜택까지 각박하다면 누가 책을 사 볼 것인가. 무료 배송, 제휴카드 할인으로 무장한 온라인 서점만 배를 불리지않을까 걱정이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