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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세계지리에서 발생한 문항 오류 홍역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생명과학Ⅱ와 영어 등에서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앞에서 시민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이의심사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24일 최종 정답을 발표한다.
어떤 문항이든 복수정답 처리가 되면 우선 기존에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을 맞춘 수험생과 복수정답을 인정받게 되는 수험생 간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당초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을 기준으로 채점했을 때와 비교해 전체 평균 점수가 올라 기존 정답자는 표준점수와 등급이 떨어지는 반면 복수정답 수험생들은 원점수 상승으로 표준점수와 등급이 오르기 때문이다.
오답자가 많은 생명과학Ⅱ의 경우 복수정답 인정으로 변별력이 떨어져 주로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의대 지원 수험생들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3일 입시업체인 이투스청솔에 따르면 배점이 2점인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이 복수정답 처리되면 생명과학Ⅱ의 전체 평균이 1.3점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가채점 결과 평가원이 정답으로 제시한 ④번을 선택한 비율이 12%, 복수정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②번을 고른 비율이 66%라는 전제 하에서다.
복수정답이 인정되면 이 66%의 수험생 중 1만1천여명이 표준점수가 1점 오르고, 이중 4천여명은 등급도 한 등급씩 상승할 것으로 이투스청솔 측은 예상했다.
그러나 1∼2등급에서는 등급 커트라인이 원점수 기준으로 2점씩 오르는 탓에 복수정답자 중에서 2등급에서 1등급,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오르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전망했다. 주로 등급 상승은 3등급 이하에서 있다는 의미다.
이와 달리 정답을 맞췄거나 다른 오답을 선택한 수험생들 대부분은 복수정답 인정에 따른 평균 점수 상승으로 표준점수가 1∼2점 떨어지고, 각 등급 커트라인을 '턱걸이'했던 3천여명 가량은 등급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성적을 가늠해서 수시 모집에 지원한 정답자 중 일부는 복수정답 처리에 따른 등급하락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가채점 결과를 보고 수능 최저기준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수시를 지원했다가 복수정답 인정으로 최저기준을 못 맞추게 되면 불이익을 받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시에서 복수정답 인정 여부는 자연계 상위권 수험생들, 이 중 의대 지원자들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대가 과학탐구의 응시 조건을 서로 다른 과목 I, II로 제시하고 있어 의대를 지원하는 수험생들은 대개 '화학Ⅰ'과 '생명과학Ⅱ'를 선택과목으로 선택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대학에서 수학 B형과 과학탐구를 동일한 비율로 반영하는데 현재 수학 B형은 만점자 비율이 4%대로 예상될 만큼 쉽게 출제돼 상위권 학생들에게 변별력이 없다시피 한다.
결국 과학탐구의 성적에서 당락이 판가름나는 상황에서 복수정답 처리로 생명과학Ⅱ의 표준점수가 낮아지면 변별력이 약해진다.
종로학원은 복수정답 인정으로 생명과학Ⅱ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76점에서 74점으로 2점가량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명찬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생명과학Ⅱ가 워낙 어렵게 출제돼 변별력이 떨어지더라도 수학보다는 영향력이 크나 의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복수정답 인정에 따른 점수 차이가 상위권 의대의 경우 당락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어 영역 25번의 경우 평가원이 제시한 정답 ④번을 선택한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복수정답 인정에 따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투스청솔은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④번을 선택한 수험생들이 79%, 복수정답 논란이 일고 있는 ⑤번을 고른 이들은 5%로 추정하고 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복수정답 처리를 했을 때 영어의 전체 평균은 0.1점 상승하는 데 그쳐 전반적인 등급, 표준점수, 백분위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일부 미세한 점수 구간에서는 0.1점 차이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번 출제 오류 논란이 지난해 세계지리 출제오류 사태와 달리 최종 성적이 나오기 전에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어서 복수정답 인정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기보다는 남은 정시에 집중하라는 충고도 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올해 논란은 지난해 세계지리 때와 다르게 처리되고 있다"며 "복수정답을 인정해줌으로써 피해를 본 학생이 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성적표가 안 나온 상황에서 원래 점수보다 내려갔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