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돈을 벌면 '돈 방석에 앉는다'지만 실제로 돈 방석을 만들어 앉는 사람이 있을까. 25일 조간신문에선 대문짝 같은 한 소녀 사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돈 방석의 '방석'은 아니지만 돈이 가득 든 유리상자에 앉아 활짝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 우승한 17세 뉴질랜드 교포 소녀 리디아 고가 상금 100만달러가 담긴 돈 의자에 앉은 것이다. 1만달러 다발 100개가 든 상자가 100만달러지만 그녀는 LPGA 사상 하루에 가장 많은 돈인 150만달러(약 16억7천만원)를 벌었다고 했다. 그쯤 되면 돈 방석이 높아 올라앉기도 어렵겠지만 불가사의한 건 어떻게 그렇게 벌 수 있느냐 보다 어떻게 그런 상금이 가능한가, 그 점이다. 미국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의 지난 해 수입은 6천120만달러, 필 미켈슨은 5천320만달러였고 축구 스타만 해도 호날두 연봉이 8천만달러(약 880억원), 메시가 6천470만달러다. 한 마디로 스포츠가 홀랑 미친 거다.

지나친 돈 욕심도 추하기 그지없지만 손쉽게 버는 돈 또한 고운 건 아니다. 프랑스 희극작가 몰리에르(Moliere)의 '수전노(守錢奴)' 주인공 아르파공은 자기 딸 안셀름을 지참금없이 데려가는 노인과, 아들 클레앙트는 돈 많은 과부와 결혼시키고 자신은 아들의 연인과 재혼하려 하지만 여자보다는 끝내 돈을 택한다는 수전노 얘기지만 돈의 가치를 미처 터득하기도 전에 왕창 쉽게 버는 거 역시 보기에도 불안하다. 복권 당첨금, 잭팟 등 돈벼락이 쉽게 날리기 쉬운 것처럼 17세 소녀가 하루에 16억7천만원 돈 방석에 앉는 모습 또한 썩 고운 건 아니다. '푸른 잔디(Green)를 밟으며 산소(Oxygen)나 마시고 햇빛(Light)을 쐬며 걷는(Foot)' 신선놀음이 GOLF(골프)라지만 중국인의 골프 발음은 '까오얼푸치우(高爾夫球)'다. 마치 '기혼 남성만 치는 공(夫球)'이라는 뜻 같아 우습다.

골프 천재소녀 리디아 고에게 당부하고 싶다. Ill got, ill spent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없어진다'는 영어 속담이다. 부디 '돈이 원수다(All is because of money)'라는 원망과 회한(悔恨)의 소리를 평생 입 밖에 내지 않는 풍요롭고도 품위 있는 일생을 보내기를 기대한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