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능 2개 문항의 출제오류가 인정(경인일보 11월 25일자 1·3면 보도)된 가운데, 중앙대학교 논술고사도 출제오류 논란에 휩싸였다.

학교측은 "출제오류가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시험 도중 일부 수험생들의 '출제오류' 항의에 시험종료 20여분을 남기고 문제를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대학교는 지난 23일 서울 흑석캠퍼스 등 300여개 고사장에서 수험생 2만4천500여명(응시율 45%)을 대상으로 자연계열 논술고사를 실시했다.

시험시간은 2시간으로 공통과목인 수학 3문제와 탐구영역인 화학·생물·물리 중 선택한 과목 1문제 등 총 4문제를 수험생이 임의대로 시간을 배분해 푸는 방식으로, 이 중 화학과목을 선택한 학생은 3천950여명이었다.

이 과정에서 화학시험을 보던 일부 학생들이 감독관에게 '출제오류'를 지적했다.

문제가 된 문항은 임의의 금속 A, B와 구리의 원자량 크기를 비교하는 문제였는데, 금속 A의 '가수'(원소의 원자가를 나타내는 수)가 제공되지 않았다. 가수가 얼마냐에 따라 원자량 크기 또한 달라지기 때문에 가수가 제시되지 않으면 학생들은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부 학생들이 감독관에게 항의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결국 중앙대측은 시험종료 20여분을 남겨 놓고, 금속 A의 가수를 '3가 이온'으로 수정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잘못된 문제를 푸느라 시험시간을 낭비한 학생들은 수학문제도 제대로 풀지 못했고, 뒤늦게 제시된 가수를 대입해 화학문제를 다시 푸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수험생 홍모(20)씨는 "금속 간 원자량 크기를 비교해야 답이 나오는데 비교대상이 없으니 답이 나올 리가 있겠느냐"며 "앞서 수학문제를 하나 건너뛰고 화학은 오류가 있는 문제인 줄도 모르고 시간을 모두 허비했다. 수학 1문제는 결국 풀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게다가 용산공고 등 일부 고사장에서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풀이한 경우도 답을 인정하겠다고 공지했지만, 다른 고사장에서는 이 같은 공지조차 없어 수험생 간 형평성 문제까지 도마에 올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앞서 생명과학Ⅱ의 복수정답 인정으로 등급이 오르내린 학생들은 또 다시 합격과 재수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중앙대 관계자는 "논술시험의 특성상 정답보다는 풀이 과정이 중요하며, 출제오류는 아니다. 각 과목 간 난이도를 토대로 표준변환점수로 평가하기 때문에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며 "일부 고사실에서 문제에 대한 항의가 제기돼 공지사항을 모두 전파했다"고 해명했다.

/강영훈·권준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