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라면 아직도 무사태평, 무사안일, 복지부동, 뇌물 비리, 좌고우면 눈치 보기 등 선입견이 곱지 못하다. 요즘 대민 봉사 폼이 그럴싸하게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관공서라면 거부감이 앞선다. 번문욕례(繁文縟禮)와 까다로운 절차로 어떻게 하면 더 안 되는 쪽으로 민원인을 골탕 먹일까에만 이골이 난 듯싶기 때문이다. 옛날 신하에도 성신(聖臣) 양신(良臣) 충신(忠臣) 지신(智臣) 정신(貞臣) 직신(直臣) 등 나라에 이로운 여섯 바른 신하(六正)가 있었는가 하면 사신(邪臣) 간신(奸臣) 적신(賊臣) 망국신(亡國臣) 등 사악한 신하로 '육사(六邪)'라는 게 있었다. 공무원 연금을 그대로 두면 2020년 이후 연간 적자가 7조원이 넘는다는데도 개혁을 반대하는 공무원은 '亡國臣' 아닐까.
국가 부도(不渡)죄로 게이르 하르데(Haarde) 아이슬란드 총리가 법정에 선 건 2011년 9월이었다. 금융위기에 빠진 나라를 방치한 직무유기 죄였다. 지난 8월 아르헨티나의 재정 파탄을 초래한 여성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Fernandez)도 위험하다. 만약 우리 차기 대통령이 그리 돼도 공무원들은 책임 없다, 양심에 찔리지도 않을 것인가. 신자라면 당장 울며 기도, 양심에 물어 보라.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