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습 병행 '듀얼시스템' 학생 호응 방학기간 직장체험 '최고경쟁률'
프로젝트 맡기고 월급 지급 3년뒤 평가 정식 채용… 석사 진학 지원도

독특한 아이디어 가진 창업자에 비용·연구공간·법률행정 등 도움
돈벌이 수단 넘어 지역발전 공헌하는 '사회적 기업가' 인큐베이팅


청년 실업은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심각한 사회문제 중 하나다. 하지만 독일만큼은 청년 취업난에서 예외다. 지난해 2분기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청년실업률이 가장 낮은 나라는 독일이었다. 영국이 21.1%, 프랑스가 25.5%의 청년실업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독일은 7.7%에 불과했다.

독일의 낮은 청년실업률은 경제력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듀얼 시스템'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독일은 우리나라 인문계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Gymnasium)'의 재학생을 제외하고, 약 50%의 학생이 직업학교를 다니면서 훈련을 받는 교육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1주일에 1~2일은 학교에서 이론과 실습을 공부하고, 3~4일은 공장에서 일을 배운다.

독일의 기업 대부분이 인재를 키우지 않으면 산업분야에 위기가 온다고 인식하고 있다. 훈련과정에 드는 교통비, 급식비, 작업복 등을 모두 회사에서 지원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독일은 학교와 기업의 연계를 통한 일자리 창출 외에도 1인 기업을 세우려는 청년 창업가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도 선진화돼 있다. 실업자가 창업을 하는 경우 연방고용청이 1년차에게 월 600유로, 2년차에게 월 360유로, 3년차에게 240유로의 보조금을 지원해준다.

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국책금융기관인 재건은행(KfW SMA Bank)이 일자리당 최고 10만 유로를 대출해주기도 한다.

듀얼시스템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앞장서는 독일의 기업 '칼 마이어(Karl Mayer)'와 청년 창업가 인큐베이팅 기관인 '소셜 임팩트 랩(Social Impact Lab)'을 소개한다.

# 칼 마이어

독일 헤센주 오버트하우젠(Obertshausen)에 위치한 섬유기계 회사 칼 마이어. 1937년 자동차 부품회사로 시작한 칼 마이어는 섬유기계로 사업을 확장해 현재는 유럽 전역과 아시아, 남미 등에 지사를 둔 시장점유율 70%의 글로벌 회사로 성장했다.

칼 마이어는 우수한 인재를 직접 길러 채용하는 경영철학으로 유명하다. 이같은 경영철학의 바탕은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듀얼 시스템'이다.

독일은 종합대학(University)이 발달한 우리나라와 달리 전문대학(칼리지·College) 중심이다. 칼 마이어는 여름 10주, 봄·가을 5주의 방학기간 회사에서 일할 칼리지 학생 20여명을 뽑아 직원처럼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긴다. 20명을 모집하는데 700명 정도가 지원할 정도로 경쟁률이 높다.

학사과정 학생에게는 매달 1천유로, 석사과정 학생에게는 1천500유로의 월급도 지급한다. '듀얼 시스템' 학생들을 커피심부름이나 팩스, 복사 등 단순 보조역할을 하는 인턴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회사는 이들에게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직접 맡긴다.

학생들에게는 다소 힘든 과제라고 할 수 있지만, 부족한 부분을 배워나가는 한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듀얼시스템은 지역 칼리지와도 연계돼 있다. 칼 마이어는 학생별로 더 배워야 할 부분을 학교 측에 전달하고, 학교는 학기 중 보완 교육을 하고, 방학 때 다시 회사로 돌려 보낸다.

칼 마이어는 3년간 듀얼 시스템을 통해 학생이 회사에 맞는 직원이 될 수 있을지 판단한다. 전체 채용인원 중 듀얼 시스템 출신은 85%다. 듀얼시스템을 통해 직원이 된 학생 중 잠재력이 높은 학생을 따로 골라 석사과정으로 진학시키기도 한다. 이 비용 또한 회사에서 모두 부담한다.

칼 마이어 교육담당 수석매니저 악셀 슈바인바이스(50)씨는 "학생을 데리고 3년 정도 일하다보면 장단점을 알게 되니까 이 학생을 고용할지 말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우리는 학생의 출신대학 등 간판보다는 실습성적과 인성이 가장 중요한 채용기준이 된다"고 했다.

이어 "전기과를 졸업했으면 무조건 전기를 다룰줄 안다는 것이 전제가 되기 때문에 학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듀얼시스템을 통과하지 못해 칼 마이어의 정식 직원이 되지 못하더라도 기회는 열려있다. 칼 마이어에서 듀얼 시스템 경력을 쌓았다는 것은 어떤 회사라도 업무에 직접 투입할 수 있다는 일종의 '인증'이 된다.

칼 마이어는 칼리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듀얼 시스템 외에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아우스빌둥(Ausbildung)'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이는 독일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지만, 칼 마이어는 전체 직원의 7%를 '아우스빌둥' 출신으로 채우고 있다. 정부지원 없이 연간 투자액도 100만유로에 달한다.

악셀 슈바인바이스씨는 "독일도 기술직 종사자를 꿈꾸는 학생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미리부터 인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아우스빌둥에도 집중하고 있다"며 "지역 상공회의소에서 상을 받은 우수학생을 많이 유치하고 있다"고 했다.

또 "모든 학생들이 칼 마이어의 직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성인이 돼 다른 회사에 가서도 좋은 직원이 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아우스빌둥을 하면서 연차별로 월 800~1천유로 가량의 급여를 받으면서 일한다. 아우스빌둥을 통해 회사에 입사한 뒤에도 칼 마이어의 듀얼 시스템을 통해 진학과 일을 병행할 수 있다. 아우스빌둥 출신은 월 2천500유로의 급여를, 학사출신은 3천200유로, 석사는 3천500유로를 받는다.

아우스빌둥 3년차인 플로리안 히터(19)군은 "학교에서 이론으로만 배우는 것보다 회사에서 직접 기계를 컨트롤해 제품이 나오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며 "아우스빌둥을 좋은 성적으로 마쳐 칼 마이어 직원이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고, 나중에 칼리지에도 진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소셜 임팩트 랩

소셜 임팩트 랩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창업을 지원해주는 인큐베이팅 기관이다. 1994년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처음 문을 열어 지금은 독일 주요 도시마다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사업가가 될 수 있다. 돈을 벌면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 창업가에게 우선권이 주어진다. 소셜 임팩트 랩은 정부가 아닌 독일재건은행(KFW)과 JP모건 등 은행권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소셜 임팩트 랩의 청년 창업지원 프로젝트 이름은 'Anders Grunder'이다. 직역하면 '남들과는 다른 창업자'라는 뜻이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갖고 소셜 임팩트 랩의 문을 두드린 창업가에게는 공동 연구공간, 워크숍 운영비, 법률지원, 행정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창업 성공까지 드는 비용은 대출이 아닌 100% 지원 방식이다. 단, 외적인 부분이 아닌 개인 연구개발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지난 2월 문을 연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셜 임팩트 랩은 분기별로 8팀의 청년창업가를 모집한다. 이곳에서 14개 팀 35명의 예비 사업가가 각자의 꿈을 향한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중국계 독일인 니코 마타후(30)씨는 '운동워크숍(bewegungswerkstatt)'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10년간 중국 무술 및 한의학과 관련된 일과 공부를 하다 이곳에서 창업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어린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에 도움이 되는 자세를 개발하고 있다. 의사, 운동선수, 어린아이와 함께 건강에 좋은 동작을 만들어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하고, 후원을 이끌어내는게 목표다.

니코 마타후씨는 "2~3주마다 진행보고서를 작성하면 소셜 임팩트 랩에서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하고, 세금이나 사업자등록 등 각종 행정업무를 도와준다"며 "다른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동료 창업가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이곳에선 '목표를 멀리 두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한 단계가 끝나면 다음 단계를 구상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소셜 임팩트 랩은 단순히 사업가로서 성공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업가가 사회에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느냐도 강조한다. 개인의 '돈벌이 수단'도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화려한 아이디어가 꼭 성공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프랑크푸르트 소셜 임팩트 랩에서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노라 쉬망 씨는 "노인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교통 프로그램 개발 등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려는 청년들이 이곳으로 모이고 있다"며 "결국 마지막 목적지는 돈을 버는 것인데, 그 목적지까지 어느 곳을 통해 어떻게 할 것인지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글/김민재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